이탈리아, 잇딴 축구장 폭력에 "훌리건 뿌리뽑겠다"
살비니 부총리 "인종차별 구호 관련 경기 중단에는 반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취임 후 강경 난민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번에는 고질적인 축구장 폭력 사태에 칼을 뽑았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프로축구 구단, 경찰 서장, 스포츠 감독 위원회 등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마친 뒤 경기장 안팎에서 난동을 부리고, 폭력 사태를 조장하는 훌리건 약 6천 명을 근절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살비니 부총리는 "매주 1천200만 명에 달하는 축구팬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며 "6천명에 불과한 훌리건을 전체 축구팬의 99%에 달하는 건전한 팬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책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폭력을 근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몇 개월 동안 프로축구 하위리그 등에서 팬들에게 공격당한 심판이 약 300명에 달한다"며 "폭력적인 팬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고, 폭력을 쓰고, 모욕적 언사를 하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가중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 빈발하는 축구장 폭력 사태와 그라운드를 오염시키는 인종차별 구호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소집된 것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북부 밀라노에서 열린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인터밀란과 나폴리의 경기를 앞두고 인터밀란 팬 100여명이 원정팀 나폴리 팬들이 탄 미니버스를 체인, 해머 등으로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35세의 인터밀란 팬 1명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치여 숨진 바 있다.
인터밀란과 나폴리의 이날 경기는 인터밀란 팬들이 세네갈 출신의 나폴리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를 향해 원숭이 소리와 인종차별 구호를 쏟아내는 등 인종차별 행위로도 얼룩졌다.
살비니 부총리는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경기장에서 팬들이 인종차별 구호를 쏟아낼 경우 해당 경기를 중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런 조치를 도입할 경우 극소수의 사람들이 이를 경기 중단을 위한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아울러 작년에 축구장 질서 유지를 위해 무장경찰 약 7만5천명이 동원됐다며, "이제 이 비용을 축구 구단들이 부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 자리에서 오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릴 예정인 유벤투스와 AC밀란의 이탈리아 슈퍼컵(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을 관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탈리아에서는 제다에서 열리는 경기의 관중석 일부 구역은 남성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여성 팬은 남성 보호자의 동반하에 '가족석'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사우디는 축구장을 비롯한 야외 스포츠 경기에 여성 입장을 전면 금지해오다 지난해 초부터 여성의 출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를 동행해야 하는 '마흐람' 제도는 유지해 여성 혼자 축구장에 갈 수는 없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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