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최희연(49)이 데카 레이블을 통해 베토벤 소나타만으로 구성된 앨범을 냈다.
최희연은 베토벤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이어온 학구파 연주자로 잘 알려졌다.
2002년부터 4년에 걸쳐 첫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보인 이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연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와 변주곡 전곡 연주 등을 이어왔다.
그는 8일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을 '또' 고른 이유에 대해 "부부생활과 비슷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어떤 한 곡을 공부한다는 것은 부부 생활과 비슷해요. 좋다가 지겨워지는 시기가 오고 미워지기도 하죠. 그런 시점을 극복하면 한 몸처럼 느껴지는 단계로 들어가죠."
이처럼 베토벤은 그에게 오랫동안 '애증'의 대상이었다.
베토벤은 가정에 어려움이 닥친 어린 시절 "시원하면서도 기분을 북돋아 주는 음악"이었고, 독일 유학 시절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아니다'는 평만 듣게 한 정말 미운 존재"였다. "벌집 쑤시듯 공부를 하고 연주를 해도 개운치가 않았다"라고도 털어놨다.
"그런데 베토벤을 공부하고 나니 슈베르트나 쇼팽, 라흐마니노프 작품 등에서는 제가 열쇠를 이미 쥔 느낌이 있더군요. 결국 어려워도 해결을 하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꼈고요. 그런 매력으로 지금도 베토벤을 놓지 못하고 있네요."
그는 이번 앨범에 피아노 소나타 18·26·27·30번을 담았다. 베를린의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에서는 그래미상을 6회 수상한 유명 프로듀서 마틴 사우어가 참여했다.
그는 오는 31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도 연다.
"결국 제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찾은 키워드는 숭고함입니다. 베토벤은 숭고의 의미를 끝까지 붙들었던 사람이에요. 숭고의 아름다움, 숭고의 정신을 관객과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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