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부군수 임명권 달라' 반년째 1인 시위 오규석 기장군수
"관선시대 악습 벗어나 동등한 인사교류 해야…비정상을 정상으로"
개인 홍보용 정치쇼 지적에 "오로지 군정에 최선 다할 뿐"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올해도 부산시에서 부군수 임명권을 돌려받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해 나가겠습니다."
8일 낮 12시 부산시청 앞 시민광장.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쌀쌀한 날씨 속에서 외투도 없이 남색 근무복을 입은 채 '군수가 부군수 임명도 못 하나!'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20분가량 1인 시위를 한 그는 응원 나온 주민 10여 명과 함께 '비정상을 정상으로! 기장군 화이팅'이라며 구호를 외치고 기장군으로 돌아갔다.
오 군수는 부산시에서 부군수 임명권을 돌려받겠다며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1인 시위 중이다.
이날이 반년에 해당하는 25주째 시위였다.
한여름에 시작한 1인 시위는 한 겨울이 되도록 계속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이 광역단체장을 상대로 장기간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 군수는 "지금 시대정신이 지방분권이고 지방자치 발전이다. 부산시에서 가진 부군수 임명권은 관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악습 중의 악습이고 적폐 중의 적폐이다. 지방자치법 110조 제4항에 보장된 군수의 부군수 임명권을 반드시 돌려받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며 1인 시위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시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인사교류 협정에 따라 구·군과 협의를 해서 인사교류를 하고 있다며 오 군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오 군수는 "부산시와 구·군간 인사교류는 환영한다. 3급은 3급끼리, 4급은 4급끼리, 5급은 5급끼리 해야 한다. 3급과 5급을 맞바꾸는 것이 어떻게 평등한 교류라고 할 수 있는가. 갑을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하는 것이 진정한 교류라고 생각한다"며 인사교류 원칙을 강조했다.
군수가 부산시와 대립하면서 각종 시책사업과 국책사업에서 기장군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있다.
그는 "지난해 연말 해양수산부 '어촌 뉴딜 300' 공모사업에 기장군 동암항이 부산시에서 유일하게 최종 대상지로 선정돼 80억원 예산이 투입된다"며 "기장군이 열심히 하니까 부산시는 물론이고 중앙부처에서도 인정해 주는 것 아니겠냐.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군수는 수출용 신형연구로 건설 허가, 정관 의료폐기물 소각장 악취 민원, 기초선거(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등 각종 지역 현안과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1인 시위' 카드를 사용해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국회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오 군수의 1인 시위를 두고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 오규석 알리기 쇼'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택용 부산 기장군 지역위원장은 "정치쇼를 그만하라"고 촉구하며 오 군수 옆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기장군 공무원노조도 맞불 1인 시위를 했다.
오 군수는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오로지 군정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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