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지하철 차량에 첩보장치?…미, 국제입찰 자격조건 강화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중국산 전철 차량이 미국 지하철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미 당국이 차량을 통한 중국 측의 미국 내 정보 수집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미국에 공급되는 자국산 지하철 차량 보안카메라 시스템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워싱턴DC '블루라인' 지하철 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백악관이나 국방부 관리들의 동정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또는 차량에 설치된 감지기(센서)를 통해 이들 정부 관리들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하거나, 열차 통제 시스템에 결함 있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외부의 해킹이나 테러리스트들의 열차 추락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마치 할리우드 첩보영화에 나옴 직한 이러한 얘기들이 실제 상당수 관계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이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의회와 국방부 및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워싱턴 지하철 당국(메트로)은 최근 열차 차량 국제입찰 자격 요건에서 사이버 보안 조항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는 지난해 발표한 입찰 규약을 수정, 낙찰업체에 차량에 설치되는 하드 및 소프트웨어에 대해 제삼자의 안보 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메트로는 특히 올 하반기 시행될 차세대 차량 공급을 위한 국제입찰에서 중국의 국영차량제작업체(中國中車,CRRC)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에 따라 계약서에 사이버안보 조항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CCRC는 낮은 차량 가격을 무기로 지난 2014년 이후 미국 내 전철 차량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10억 달러 상당의 워싱턴 메트로 차량 교체사업에도 유력한 수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내 주요 인프라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에 따른 안보상의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미국에는 지하철 차량(객차) 제작업체가 전혀 없어 중국이 아시아, 유럽 및 캐나다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화물수송과 탱커 등 특수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나 중국이 다음 단계로 이들 분야로 생산을 확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 내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뿐 아니라 군사적 분쟁이나 다른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국내 철도 수송을 마비시킬 수 있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있다고 퇴역 장성 등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유사시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분야인 철도 수송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할 노하우와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원은 이에 따라 전철 차량 분야에 대한 중국업체의 추가적인 진출을 봉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연방 예산으로 전철 차량을 구매할 경우 중국산 차량의 구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조항을 교통지출법안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가결될 경우 CRRC의 저가 차량을 원하는 워싱턴 메트로에 피해가 돌아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민주, 버지니아)은 "예산 절감이 수도 워싱턴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으로부터 차량을 조달하는 데 합당한 안보 우려가 제기된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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