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햇볕정책 비판 DVD 국정원제작 알고도 모른다 위증"
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 5개월간 조사결과 발표
"박승춘 전 처장 지시로 편향적 인사 나라사랑교육 강사로 발탁"
상이군경회·향군 관리책임·소극적 국가유공자 재판정도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국가보훈처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시행한 '나라사랑교육'에 활용된 국가정보원 제작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의 배포와 활용, 회수, 폐기에 보훈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지시로 이념 편향적인 민간단체 인사가 대거 나라사랑교육 강사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이하 재발방지위)는 8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5개월간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12월 국정원 심리전단은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 1천세트(세트당 DVD 11장)를 제작해 보훈처에 전달했고, 그 DVD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종북·친북 세력이 연계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재발방지위는 보훈처 나라사랑교육과 직원들이 국정원 정보관으로부터 해당 DVD 샘플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고, 20장 분량의 배포처 세부목록을 국정원 정보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훈처 담당 직원들은 해당 DVD를 국정원에서 제작한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보훈처 자체 감사 등에서 ▲ DVD 제작자가 누구인지 몰랐고 ▲ DVD 샘플을 받은 사실이 없고 ▲ 나라사랑교육 등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등의 허위진술을 했다고 재발방지위는 지적했다.
아울러 보훈처 관계자들은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이후 국정원 제작 DVD 882세트를 회수했다고 주장했으나, 공문상 확인되는 129세트 외에는 공식적인 회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발방지위는 "회수한 DVD를 폐기할 때는 기록관리관을 통한 적법한 절차에 의해야 함에도 2013년 10월부터 12월까지 (보훈처) 나라사랑교육과 직원들이 청사 내에서 가위로 자르는 등의 방법으로 일부 폐기하고, 나머지는 2015년 6월에 최종적으로 화장장에서 소각하는 방법으로 임의 폐기했다"며 "공식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의한 폐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폐기한 DVD가 몇 개인지, 보관 중이던 DVD가 전량 폐기된 것이 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발방지위는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강사진 편성과 관련해서는 2011년 3월에 이미 100명의 전문 강사진이 있는데도 박승춘 전 처장의 지시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성우회, 자유총연맹 등 5개의 이념 편향적인 민간단체 출신 강사 322명이 별도의 선발절차 없이 강사진에 추가됐다고 밝혔다.
나라사랑교육 전문강사들을 교육하는 강사들도 이념적으로 편향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재발방지위는 "특히 국정원 여론조작 민간조직인 '알파팀' 리더 김모 씨에게는 2012년 4월 강사진 워크숍에서 강의하게 하고, 표준 강의안 PPT 파일과 설명용 책자 '한반도의 빛과 어둠'을 만들게 하고 그 대가로 750만원을 지불했다"며 "이 책자에는 (과거) 민주당 정권과 시민·사회단체 내의 종북·친북 세력이 북한에 유리한 정책과 여론조성을 한 것처럼 기술돼 있어 2012년 말 대선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재발방지위는 보훈단체인 상이군경회와 재향군인회에 대한 보훈처의 관리책임 문제도 지적했다.
상이군경회에 대해서는 수의계약 권한을 남용한 명의대여 사업과 보훈처의 승인 없는 수익사업 운영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보훈단체 수익사업 승인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와 명의대여 사업의 근절을 권고했다.
명의대여란 상이군경회가 수의계약 특혜를 받아 시행하는 수익사업을 회원들과 함께 직접 운영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단체 명의를 빌려줘 운영토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발방지위는 또한 "2016년 상이군경회 수익금은 230억원인데, 이중 수익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단체운영비(8%)와 회원복지비(15.2%)로 지출된 것은 23.2%에 불과하고, 목적을 알 수 없는 차기 이월액이 70%나 된다"며 상이군경회 수익금이 회원복지비로 적게 배정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향군인회(향군)에 대해서도 2017년 수익금 189억원 중 순수 회원복지비로 지출된 금액은 17억원으로 전체의 9.1%에 불과하다며 수익금 지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발방지위는 작년 10월 말 기준 향군의 부채 규모가 5천535억원으로 과도한 상황에서 골프장 매입, 아파트 및 향군타운 건립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훈처의 철저한 감독을 권고했다.
아울러 향군 회장 1인의 독단적인 운영과 회장 선거 과정의 잡음을 지적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업무를 위탁하고, 향군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이사 및 직능대표, 각 지회장 등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발방지위는 또한 2011년부터 작년 12월까지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처의 직권 재판정 신체검사가 4건에 불과하다며 부정 의심 국가유공자 재판정에 보훈처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