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의 시간은 멈췄지만…" 故 김용균 추모 시 낭송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밤 새운 노동과/ 무너진 갱도 같은 어둠 속, 홀로의 두려움과/ 컵라면으로 때워야 했던 새벽의 허기/ 정규직의 꿈으로 쌓여있던 기숙사의 수험서/ 컨베이어벨트가 삼켜버린/ 아무도 듣지 못한 그대의 절규와 비명이/ 희디 흰 피처럼/흘러내리고 있음을 몰랐다."
동시 작가인 강기원 시인은 충남 태안화력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죽음을 이같은 시로 애도했다.
7일 저녁 김용균씨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동시 분과 주최로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 시낭송회'가 열렸다.
강기원 시인은 이날 발표한 '검은 눈'이라는 시에서 "일 년 사계절의 적정 온도 속에/ 파티장의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속에/ 꺼지지 않는 성탄의 앙증맞은 앵두전구 속에/ 당신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스물넷의 시간은 멈췄지만/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는 여전히 돌고 있다"며 "푸른 젊음을 동강내고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무자비한 자본의 기계 소리가/지하에서 울려와 고막을 찢는다"고 한탄했다.
또 "간신히 남아 있는 수많은 그대들이/ 밥을 위해, 단지 한 그릇의 밥을 위해/ 거대한 죽음의 아가리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는 날마다의 발걸음 소리가/ 천지를 울린다"며 김용균씨의 동료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했다.
이날 낭송회에서는 장영복, 김바다, 유하정, 장세정 시인이 고인을 추모하며 시를 낭독했다.
1994년생으로 지난해 9월 17일 한국발전기술의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한 김용균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1시께 설비 점검 도중 기계 장치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공개한 김용균 씨의 유품에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준비해뒀던 컵라면과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은 수첩 등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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