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인이 줄기세포 연구?…'국수주의' 印과학자, 황당 주장
힌두민족주의 영향인 듯…다수 과학자들 "심각하게 우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수주의에 물든 것으로 보이는 인도의 일부 과학자들이 저명한 과학 콘퍼런스에서 과학계의 정설과 동떨어진 황당한 주장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AFP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이 7일 보도했다.
나게슈와르 라오 안드라대 부총장은 전날 열린 인도과학회의협회의 연례 콘퍼런스에서 고대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 속 신화를 토대로 수천 년 전 인도 대륙에서 줄기세포가 연구됐다고 주장했다.
마하바라타는 친척이던 카우라바 집안과 판다바 집안 사이에 벌어진 권력 쟁탈전을 다룬 서사시다.
라오 부총장은 이날 "줄기세포와 시험관 기술 때문에 한 어머니에서 카우라바 100명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힌두 서사시에 나오는 악마 왕이 24종류의 항공기와 활주로 네트워크를 보유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회의에 참석한 남부 타밀나두 주의 대학교수 KJ 크리슈난은 근·현대 과학 이론의 선구자인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뉴턴이 중력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틀렸다며 "'중력파'라는 이름은 '나렌드라 모디파'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는 인도 현 총리의 이름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인도 과학자 다수는 비난과 조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도과학회의협회 사무총장인 브레멘두 P. 마투르는 AFP통신에 "우리는 그들의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책임있는 이들이 그런 종류의 표현을 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도 교육단체인 '과학사회 돌파'도 성명을 내고 학술계 대표 인사들이 그같은 발언을 한 점에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일부 과학자들의 그런 견해는 고대 인도와 관련한 광신적 애국주의에 오용된다고 덧붙였다.
인도 일부 과학자들이 힌두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화 속 이야기를 현대 과학과 연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후 정도가 심해졌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사티아팔 싱 인도 인적자원개발부 부장관(공식 직함은 국무장관)은 지난해 고대 힌두 신화에서 비행기 개념이 처음 언급됐다고 말했다.
또 진화론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교과서에서 삭제돼야 한다고 했고, 인도인이 라이트 형제보다 8년 앞서 비행기를 발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교육부 역할을 하는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당시 상당한 논란이 됐다.
2014년에는 모디 총리가 힌두신 중의 하나인 가네샤 등을 예로 들며 고대 인도에 성형수술이 존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네샤는 인간 몸통에 코끼리 머리를 가진 신으로 지혜와 행운을 상징하며 인도 고대 신화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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