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왕후가 모성 담아 만든 불화 보물 됐다
회암사 중창 불화 400여점 중 국내 유일본 '약사여래삼존도'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도 보물 지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중종 계비 문정왕후(1501∼1565)가 즉위 20년을 맞은 아들 명종(재위 1545∼1567)의 만수무강과 후손 번창을 기원하며 1565년 제작한 불화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가로 29.7㎝, 세로 54.2㎝ 크기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를 보물 제2012호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승려 보우가 쓴 화기(畵記)에 따르면 당시 문정왕후는 양주 회암사를 중창하면서 석가·약사·미륵·아미타불을 소재로 한 금니화(金泥畵)와 채색화 각 50점을 포함해 불화 400여 점을 발원했다.
이 가운데 현존하는 그림은 모두 6점으로, 국내에 남은 불화는 약사여래삼존도가 유일하다고 알려졌다. 나머지 5점 중 4점은 일본 사찰과 미술관에 흩어져 있고, 1점은 미국 버크 컬렉션 소장품이다.
약사여래삼존도는 가운데 본존인 약사여래를 두고, 왼쪽과 오른쪽에 월광(月光)보살과 일광(日光)보살을 배치했다.
금물로 그려 화려함과 격조가 느껴지며, 주존불과 보살 사이에 엄격한 위계를 설정하는 고려불화 전통을 따랐다. 갸름한 신체와 작은 이목구비라는 조선 전기 왕실 발원 불화 특징도 잘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조선 전기 불교 부흥에 영향을 미친 왕실 여성 활동과 궁중화원이 제작한 불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막후 권력자이자 불심이 대단했던 문정왕후가 지원한 회암사는 보우가 활동할 시기에 최대 규모 왕실 사찰로 번성했으나, 그의 사후 쇠퇴를 거듭해 지금은 절터만 남았다. 1964년 회암사지라는 명칭으로 사적 제128호가 됐다.
약사여래삼존도와 제작 시기가 동일한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보물 제2011호로 지정됐다.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향엄을 비롯한 조각승 5명이 참여해 만든 작품으로 지장삼존(地藏三尊)·시왕(十王)·판관(判官)·사자(使者) 등 19구로 이뤄졌다.
현존하는 불상 중 가장 이른 시기 조선시대 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으로, 임진왜란 이전 유물이 적어 희소성이 인정됐다.
지장보살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 위에 올린 반가(半跏) 자세를 했는데, 앞서 보물로 지정된 강진 무위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봉화 청량사 목조지장보살상과 함께 조선 전기의 드문 불상 형식으로 평가된다.
불교 경전인 서울 도봉구 달마사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 경기 부천 만불선원에 있는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5'도 보물이 됐다.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은 불교 의식 중 하나인 참회법회로 부처 영험을 받으면 죄를 씻고 복을 누리며 윤회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을 담은 책.
달마사에 있는 권3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판본으로, 1352년에 간행됐다.
문화재청은 이 책과 동일한 판본으로 보이는 보물 제875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7∼10'을 제875-1호로 변경하고, 기존에 보물 제1170호로 지정한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1∼3'은 제875-2호로 바꿨다. 달마사 소장본은 제875-3호가 됐다.
만불선원 권5는 1316년에 처음 새긴 목판을 활용해 조선 초기에 인출한 판본으로 추정된다. 한문을 읽을 때 구절마다 표기한 토인 구결이 있고, 고려시대 유행한 장정(裝幀)이 사용된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보물 제1543-2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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