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월 JSA 자유왕래…남북군사공동위 상반기 개최 추진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본격논의…4월부터 DMZ 공동유해발굴
국방부 "평화정착·비핵화 위한 신뢰구축 실질적 토대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남북 군사 당국은 새해에도 '9·19 군사합의' 이행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작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파괴 완료 등 주요 성과를 바탕으로 북측과 DMZ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지대화를 위한 실천적인 조치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일 "군사합의 이행의 궁극적인 목표가 적대관계 해소와 전쟁위험 제거인 만큼 새해에도 (군사합의) 적극 이행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신년에는 빠른 시일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좀 더 진전된 신뢰구축 과제를 협의·이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중에 JSA 남북지역 자유 왕래를 시작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북한, 유엔군사령부 3자간 '공동근무 및 운영규칙안' 제정을 협의 중이다. 군 통신망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 중인 이 규칙안이 제정되면 1월 중에도 자유 왕래가 시행될 수 있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남북은 작년 말부터 JSA 자유 왕래를 시행한다는 데 큰 틀에서 의견 일치를 봤으나, 공동근무규칙 합의문 조율에 시간이 걸리면서 지연되고 있다. 우리 측의 규칙안은 이미 북측에 전달했지만, 북측의 내부적인 검토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JSA 남북지역 초소, 병력, 화기는 작년 10월 25일부로 모두 철수했다. 이틀 뒤에는 남·북·유엔사 3자 공동검증 작업도 끝냈다. 기존에 설치했던 감시장비 조정 및 신규 설치 문제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 왕래에 대비해 JSA 북측지역에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를 1개씩 신설했다. JSA 남측지역에도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 1개씩이 새로 들어섰다. 이들 초소에서 남북 군인(민사경찰)들이 근접 근무하기 때문에 공동근무규칙을 세부적으로 만드는 데 시일이 걸린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북간 핵심적인 군사현안 협의를 위한 군사공동위원회도 상반기 중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원장은 국방부 차관과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급이 맡게 되며 매 분기마다 1회 정례적인 회의를 여는 것으로 조율된 상황이다.
군사공동위가 가동되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고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평화수역 조성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동어로구역 설정에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우리 측은 NLL을 기준으로 '등거리·등면적'이 원칙이지만, 북한은 그간 NLL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측의 이런 원칙을 선뜻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아울러 국방부 장관과 북한 인민무력상, 합동참모회의 의장과 북한군 총참모장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핫라인(직통전화) 구축과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문제도 군사공동위서 논의하게 된다.
앞서 남북은 군사합의서 제1조 1항에 군사공동위 의제를 명문화했다.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봉쇄·차단·항행 방해 문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을 협의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조항은 향후 군비통제 협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적인 신뢰구축은 초보적 군사 신뢰 구축→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초보적 신뢰구축은 군사 당국간 직통전화 설치,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호훈련 중지 및 통보 등을 말한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DMZ 내 GP 공동철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진전된 신뢰 조치로 진입하는 단계다. 이 단계가 지나면 병력 감축, 최전방부대의 후방 배치, 무기 감축 등 구조적인 군비통제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0일 공개된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책자는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구축의 기반이 마련되면 군사력 배치와 운용을 조정하는 운용적 군비통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올해 북측과 시범 철수 GP 외에 전체 GP를 철수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군은 80여 개(경계병력 미상주 초소 포함), 북한군은 160여 개의 GP를 각각 설치해 운용 중이다.
이와 함께 오는 4월부터 DMZ내 남북 공동유해발굴이 실제 진행된다.
2월 말까지 남북 각각 80~100명 정도의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하고,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실제 공동유해발굴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 11월 폭 12m의 비포장 전술 도로를 연결했다. 전술 도로 길이는 북측 1.3㎞, 남측 1.7㎞ 등 총 3㎞가량이다.
유해발굴지역은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일대로, 6·25 전쟁 휴전 직전인 1953년 중공군과 국군·유엔군의 고지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이다.
남북은 유해발굴을 계기로 역사유적 공동조사와 발굴 등 DMZ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협력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경기도 파주시 만우리에서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 이르는 한강하구에 대해 4월부터 민간 선박의 자유항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도 시행된다.
남북은 작년 11월 5일부터 12월 9일까지 35일간 진행한 한강하구 공동 수로 조사에서 물속 위험물인 암초 21개를 발견하고, 그 위치와 대략적인 크기도 확인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확보된 수로 측량 자료와 조석 관측자료를 분석해 오는 25일까지 선박이 임시로 이용할 수 있는 해도를 제작한다. 이후 해수부와 국방부 간 협의를 거쳐 민간 선박에도 이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군사합의 이행과 관련,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9·19 군사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올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신뢰구축 조치가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실질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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