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53.57

  • 2.58
  • 0.1%
코스닥

735.23

  • 7.83
  • 1.05%
1/3

올해 최대의 패자는 자유민주적 국제질서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올해 최대의 패자는 자유민주적 국제질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세계정치가 전례 없는 격동과 혼돈에 휩싸였던 올 한 해 그중에서도 최대 패자는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요약했다.
저널은 30일 칼럼을 통해 일본의 경우 올해 분위기를 대표하는 한자로 재앙을 뜻하는 '재'(災) 가 선정될 만큼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았던 소식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고 지적하면서 2019년은 보다 나은 소식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예일대 교수를 지낸 국제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칼럼을 통해 올해 최대 패자로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를 꼽으면서 시진핑 주석이 주도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격랑에 휩싸인 테리사 메이 총리의 영국, 자국 언론인 살해 사건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지난해 기대와는 달리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또 다른 주요 패자로 지목했다.

그는 경제력을 지정학적 세력에 편입하려던 중국의 야심 찬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올해 벽에 부딪혔다면서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미얀마 등지에서 기존의 합의가 취소되거나 축소, 또는 해당국이 당초 합의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남아공의 굽타가(家) 등 지역 부패 인사들과 유착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후퇴는 시작에 불과하며 2019년에는 중국으로부터 빚 함정에 빠진 해당국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망했다.
영국은 EU로부터 수락할만한 브렉시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차기 진로 방향을 명확히 결정하지 못하면서 수렁에 빠진 상황이다. 브렉시트 장래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노딜'을 비롯한 가능한 어떤 옵션도 의회 다수 지지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영국의 의회제도는 세계 민주 정부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었지만 새해 들어 더욱 곤경에 처할 전망이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간신히 권좌를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올해는 그와 그의 조국에는 악몽의 한 해였다.
지역 경쟁자인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에르도안이 빈 살만에게 치명적인 정보공개를 주도하면서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을 초래했다.
여기에 예멘에서의 민간인 살상 참극은 사우디의 지위를 더욱 위축시켰다.
연말에 단행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선언은 사우디의 경쟁자인 이란과 터키에 반가운 소식이었으며 사우디를 고립시키고 위험에 노출시켰다.
서방의 친구들을 잃고 유가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이제 국제전략을 재고해야 하는 형편이다. 올해 왕세자를 교체한 것처럼 사우디가 새해 들어 또 다른 새로운 왕세자를 물색할 수도 있다.

2017년 대선을 통해 서방의 새로운 '정치적 중심'으로서 기대를 높였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공포의 한 해를 보냈다. 단순히 여론조사 지지도가 하락했거나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대의 항의로 그가 사과해야 했던 것, 또는 일부 그의 핵심 어젠다가 후퇴한 것 등이 문제가 아니었다.
프랑스 경제개혁을 바탕으로 독일의 지지를 얻어 EU의 개혁을 겨냥한 그의 원대한 포부가 좌초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유권자들은 그의 개혁에 저항했을 뿐 아니라 독일 여론도 EU 통합 진전과 관련해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파트너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 한해를 실패한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는 2019년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 최대의 패자는 냉전 이후 미국과 그 동맹들이 추구해온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가 서방으로부터 동구와 제3세계로 확산하고, 무역에서 기후변화에 이르는 이슈들에서 국제기구들이 법치에 기반을 둔 접근으로 무정부적인 국가 간 경쟁을 대체하기를 희망했으나 상황은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같은 대국들은 이러한 접근을 미국의 패권 장악을 위한 위장된 기도로 일축하고 있다. 자유민주적인 세계시스템을 향한 세계의 열망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역풍에 직면하고 있으나 올해는 추가적인 장애들로 죄초하고 있다.
WSJ은 오랫동안 국제법질서의 옹호자였던 일본마저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탈퇴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에 대한 점거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을 요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공정무역이라는 미명하에 세계무역기구(WTO) 절차를 무시하고 있으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