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총선서 여당 '싹쓸이 승리'…하시나 총리, 4번째 집권
야당 '선거 결과 불복' 선언…선거 과정서 유혈충돌 등 갈등 고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이끄는 여당 아와미연맹(AL)이 30일 치러진 11대 총선에서 야당 탄압, 유혈 충돌, 부정선거 의혹 등 여러 논란 속에 압승했다.
이에 따라 하시나 총리는 1996∼2001년 첫 총리직 수행에 이어 2009년부터 3차례 총리 연임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야당은 당장 '불복 선언'을 하고 나서는 등 국정 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지시간 31일 오전 비공식 개표 집계 결과 AL을 포함한 여당 연합이 298개 선거구(전체 선거구는 300곳) 중 절반을 훌쩍 넘는 287곳을 싹쓸이했다고 밝혔다.
1991년부터 AL과 방글라데시 정국을 양분해온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이 승리한 선거구는 6∼7석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BNP의 리더이자 하시나 총리의 오랜 정적 칼레다 지아 전 총리는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이번 총선에 나오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의 노골적인 야당 탄압과 언론 통제가 빚어지는 등 선거 캠페인부터 일방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야당 연합 측은 총선을 앞두고 1만5천여명의 야권 인사들이 체포됐고,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BNP 후보 152명이 여권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관계자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야당 연합은 지난 25일에는 지금 상태로는 공평하게 선거가 치러질 수 없다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선거 당일인 30일에도 여야 지지자 간 유혈 충돌 등으로 18명 이상이 사망했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등 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야당 측은 선거 불복 선언을 하고 나섰다.
야권 연합을 이끄는 카말 호사인은 30일 밤 "이번 선거는 완전히 조작됐고 웃음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재선거를 공식 요구했다.
앞서 이날 야권 연합 후보 중 100여명은 이미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나 총리가 재집권하더라도 야권의 장외 투쟁과 폭력 사태 재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하시나 총리는 지난 2014년 1월 총선에서는 아예 야권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총선'을 강행, 총리직을 차지한 바 있다.
이에 이번에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압 정치를 앞세워 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시나 총리는 초대 대통령을 지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딸이다.
그는 라만이 1975년 군부에 의해 암살되자 1980년대부터 AL을 이끌었다.
하시나 총리는 재임 기간에 경제 발전, 로힝야족 난민 수용 같은 외교 정책 등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언론 통제와 인권 침해 등 독재에 가까운 통치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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