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득점왕 재도전? 이제는 도움을 주는 선배가 내 역할"
"나는 여전히 열정이 가득한 선수…동료와 우승을 일궈내고파"
(아부다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득점왕이요? 이제는 어렵죠. 하하하. 그래도 한국에서 득점왕이 나오도록 전적으로 도와야죠."
한국 선수가 역대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은 지금까지 총 5차례다.
1960년 대회 때 처음 득점왕(4골)에 오른 고(故) 조윤옥 감독을 필두로 최순호(1980년·7골), 이태호(1988년·3골), 이동국(2000년·6골), 구자철(2011년·5골)이 '태극전사 아시안컵 득점왕' 계보를 이어왔다.
아쉽게도 구자철 이후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득점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더구나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우승 트로피조차 들어 올리지 못했다.
22살의 나이로 태극전사 아시안컵 득점왕의 마지막 영광을 맛본 구자철은 2019년 아시안컵이 개막하면 29살의 고참 선수가 된다. 구자철은 2015년 한국이 준우승할 때도 대표팀을 지켰고, 이제 자신의 세 번째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구자철은 29일(현지시간)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캠프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나 "이번 아시안컵은 기대가 많이 된다. 신구 조화도 좋고 장점이 많은 후배도 많다"라며 "분명히 좋은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자철과 일문일답.
-- 현역으로서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수도 있는데.
▲ 기대가 많이 된다. 이번 대표팀은 신구 조화가 잘됐고, 장점이 큰 선수도 많다.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는 지난 59년 동안 선배들이 쉽게 따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 매 경기 집중하면 분명히 좋은 모습 보일 것이다.
-- 대표팀 분위기는 어떤가.
▲ 22살 때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했다. 지금 후배들은 당시 나보다 더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가 많다. 후배들이 좋은 기량을 가지고 대표팀에서 자기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배들이 더 잘해서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릴 수 있게끔 해주는 게 내 역할이다.
-- 2011년 대회 때 득점왕이었다.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 불행히도 어려울 것 같다(웃음). 득점왕은 제가 따냈던 결과물이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제가 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대표팀에서 득점왕이 나올 수 있도록 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가 최대한 많은 결과물을 따내야 한다.
-- 후배들을 위해 도움왕에 도전하는 것은 어떤가.
▲ 개인적인 욕심보다 우리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팀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후배들을 돕고 싶다. 나는 아직 열정이 가득한 선수다. 그 열정을 앞세워 동료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이뤄내고 싶다.
더불어 모두가 바라듯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우리 대표팀에서 득점왕이 나왔으면 좋겠다. 득점왕은 한 국가에 영광스러운 일이다. 서로 돕다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
-- 이번 시즌 잔 부상이 많았는데.
▲ 사실 이번 시즌처럼 큰 부상이 없던 적도 없다. 올해 일주일 이상 아팠던 적이 없다. 다쳤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3~4일 후면 바로 복귀했는데 회복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잔 부상은 많았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적은 없다.
--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평가한다면.
▲ 무엇보다 전문적이다. 축구 시스템이 짧은 시간에 많이 바뀌었지만 벤투 감독은 그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볼을 소유하면서 역습 때는 거침없이 상대 뒷공간을 위협하고, 조직적인 수비를 하도록 한다.
-- 대표팀 '주장 선배'로서 후배인 손흥민(토트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손흥민은 워낙 잘하는 선수다. 손흥민이 이뤄낸 업적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대단한 일이다. 유럽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가다가도 한국에 올 때마다 대표팀을 이끌 준비를 잘 하고 와서 전혀 걱정이 안 되는 후배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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