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임정 100주년 앞두고 일제 항거 영화 줄 잇는다
'항거' '말모이' '전투'…내년 라인업
명감독·명배우와 만남…100억원대 대작은 감소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 극장가는 역사적인 한 해를 맞아 일제의 침탈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을 되새기는 작품이 대거 선보인다.
유관순의 생애를 그린 영화 '항거'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촬영에 들어갔고, 문홍식 감독은 3·1 운동과 제암리 학살을 조명한 극 영화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최초로 승리한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한 '전투'가 촬영에 들어갔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우리 말을 지켜낸 한글학자들의 사투를 그린 '말모이'가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 3·1 운동을 스크린으로 옮긴 '항거'와 '꺼지지 않는 불꽃'
유관순 생애를 그린 '항거'는 지난달 촬영에 들어갔다. '정글주스', '강적', '10억' 등을 연출한 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3·1 운동과 옥중 투쟁 등 유관순 생애를 묵직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유관순 역에는 배우 고아성이 캐스팅됐으며, 유관순의 이화학당 동문이자 함께 옥고를 치른 '권애라' 역에는 신예 김예은이 투입됐다.
배급을 맡은 롯데컬처웍스는 내년 개봉을 확정하고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3·1절 개봉이 바람직하겠지만 제작 진행 상황에 따라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필름코리아 문홍식 감독은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을 소재로 '꺼지지 않는 불꽃'을 준비 중이다.
이 작품은 100년 전 조선 독립을 돕고 일제에 맞서 싸우다가 강제 추방당한 선교사 스코필드(rank W. Schofield) 시선을 통해 3·1 만세운동의 발단과 전국적으로 퍼진 만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일본의 만행 등을 조명한다.
극 중심인물인 스코필드 선교사 역은 영국 출신 배우 이판 메러디스가, 조선의 독립선언을 최초로 타전하는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역은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출연한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가 맡았다.
문 감독은 "본 촬영은 마무리됐고, 추가 촬영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3·1절 또는 광복절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말과 글로 싸운 '말모이'…총을 들고 싸운 '전투'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말모이'는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투쟁사를 담았다.
영화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을 각색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의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조선어 사용 금지 정책을 어겼다는 핑계로 조선어학회 한글학자 33인을 체포한다.
이들은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16명이 수감됐고, 12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수감된 한글학자들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석방됐으나, 이윤재와 한징은 옥고를 치르던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윤계상이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을 맡았고 유해진은 조선어학회 심부름꾼이자 까막눈인 '김판수'를 연기한다.
이미 언론 시사를 마친 상태로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스토리 전개가 예측 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한글이 거저 살아남은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글학자들이 우리 말과 글로 일제에 저항했다면 독립군은 총칼을 들고 일본군에 맞섰다. 이들이 거둔 최초의 승리가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다.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4일간의 봉오동 전투를 스크린으로 옮긴 '전투'의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해 '택시운전사'에서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류준열이 다시 뭉쳤다. 유해진은 칼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대한독립군 '황해철'로 분했고, 류준열은 사격 솜씨를 자랑하는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았다.
지난 8월 촬영에 들어갔으며, 후반 작업을 거쳐 내년 개봉 예정이다.
◇ 명감독과 명배우의 결합…기대 모으는 2019년 라인업
일제강점기를 그린 영화 외에도 천만 감독의 복귀작을 비롯해 신인 감독의 데뷔작, 명배우들의 재회작 등 다양한 작품이 내년 극장가 스크린을 장식할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2013년 '설국열차' 이후 6년 만에 '기생충'으로 호흡을 맞춘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두 사람이 손을 잡을 때마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내년 극장가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2015년 '내부자'에서 호흡을 맞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도 '남산의 부장들'에서 재회했다. 영화는 1970년대 정치공작을 주도하며 시대를 풍미한 중앙정보부 부장들의 행적과 그 이면을 조명한 동명 책을 원작으로 한다.
'내부자'에서 정치권과 재벌, 언론의 결탁을 예리하게 파헤친 우민호 감독이 다시 한번 특기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또 이병헌 외에도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가 대거 투입된다.
1999년 '쉬리'에서 국가정보원 요원과 북한군 공작원으로 만난 한석규와 최민식은 20년 만에 '천문'으로 재회한다.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석규는 세종대왕으로, 최민식은 장영실로 분해 호흡을 맞춘다.
신인 감독들도 특색있는 작품을 들고 관객을 찾는다. 단편영화 '몸값'으로 세계 영화제를 휩쓴 '20대 청년' 이충현 감독은 장편 데뷔작 '콜'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박신혜와 전종서가 투톱으로 나선다.
배우 김윤석은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에 나선다. 미성년자인 소녀가 비정상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겪게 되는 이야기로 염정아, 김소진,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 100억대 대작 줄고 내실 다지는 한 해
올해 총제작비 100억원을 넘긴 한국 영화는 10여 편에 달했지만, 내년 CJ ENM,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NEW 4대 배급사가 준비 중인 작품 중 100억원을 넘는 대작은 7편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염력', '독전', '안시성', '창궐', '스윙키즈' 등 100억원이 넘는 작품 5편을 선보인 NEW는 100억원 미만 작품으로만 라인업을 꾸렸다.
NEW 관계자는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대작들을 대거 선보인 측면이 있었다"며 "내년은 자연스럽게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 ENM과 롯데컬처웍스는 각각 두 편씩 100억대 작품을 선보인다. CJ ENM은 '기생충'과 '엑시트'를, 롯데컬처웍스는 '천문'과 '사자'를 준비 중이다.
'기생충'과 '엑시트' 순제작비는 각각 135억원과 100억원이다. 광고·마케팅비를 더한 순제작비는 이보다 늘어나지만, 올해 개봉한 'PMC: 더 벙커'와 '공작'의 제작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천문'과 '사자'는 약 10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됐다. 두 편을 합쳐도 1·2편을 합쳐 400억원 제작비가 들어간 '신과 함께' 시리즈의 절반에 불과하다.
반면, 올해 100억대 작품으로 '마약왕' 한 편만 배급한 쇼박스는 내년 '전투', '남산의 부장들', '뺑반' 3편의 100억 원대 대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