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6승을 올린 김해림은 프로 선수가 된 후 한 번도 동계 전지훈련을 가본 적이 없다. 김해림이 데뷔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프로 골프 선수는 겨울 전지훈련을 시즌을 준비하는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
대개 겨울 전지훈련은 날씨가 따뜻한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캠프를 차려놓고 한 달가량 이어진다. 요즘은 미국 남서부나 플로리다, 심지어는 터키도 겨울 동계 훈련지로 각광받는다.
이 기간에 선수들은 원 없이 골프를 친다. 열대 지방이거나 적어도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선선한 기후에다 코스 사용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매일 라운드를 하노라면 저절로 실력이 느는 기분이다.
그렇다면 김해림은 왜 이런 동계 전지훈련을 마다할까. 코스에서 라운드하는 게 훈련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겨울 동안 그는 골프클럽보다 역기를 더 자주 잡는다. 김해림은 스윙 연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체력 단련이라고 판단했다.
김해림의 설명은 이렇다. "스윙 연습은 꼭 골프 코스가 아니어도 실내에서도 가능하다. 여름 내내 코스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굳이 겨울에도 코스에서 라운드할 필요는 없다. 여름 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근력 운동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김해림은 늘 한 달 이상 체육관에서 땀을 흘린 결과, 단단한 하체 근육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갖춘 채 시즌을 맞을 수 있었다. 김해림의 이런 겨울 훈련 성과는 2016년 2승, 그리고 작년 3승으로 열매를 맺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 가운데 가장 멀리 치는 장타 여왕 김아림도 지난겨울 전지훈련 대신 국내 체육관에서 한 달을 보냈다. 해마다 가던 동남아 전지훈련을 포기한 김아림은 체형을 바로 잡고 근육을 키우느라 겨우내 땀을 흘렸다.
김아림은 "알고 보니 골반, 요추 등 뼈대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더라. 균형이 무너진 몸으로 아무리 스윙 연습을 해봐야 공이 똑바로 갈 리 없다. 무너진 뼈대 균형을 되찾고 다시 무너지지 않도록 근육으로 지지대를 쌓으려면 대회가 없는 겨울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체육관에서 40일 넘게 시간을 보낸 김아림은 남자 프로 선수들이 쓰는 클럽을 어렵지 않게 다룰 만큼 근력이 붙었다. 더 간결한 스윙으로도 더 멀리 볼을 날릴 수 있게 된 김아림은 고대하던 첫 우승을 거뒀고,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해림과 김아림의 사례는 극단적 경우지만 요즘 대부분 여자 골프 선수들은 겨울 훈련 때 강도 높은 근력 운동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는다. 심지어 시즌 중에도 스윙 연습은 건너뛰는 한이 있어도 웨이트 트레이닝은 거르지 않는 선수가 많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챔피언 대열에 오른 박민지는 2년 차가 되면서 시즌 중에는 볼을 치는 연습을 확 줄였다. 프로암이나 연습 라운드 때 하는 스윙으로 연습을 대체하기도 했다. 대신 시간이 나면 체육관으로 달려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박민지 역시 스윙이 더 간결해지고 비거리는 더 늘었다. 특히 2017년과 달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싱싱한 체력으로 코스를 누볐다.
이렇게 스윙보다 체력 강화에 더 주안점을 두는 겨울 훈련 방식이 대세가 된 이유는 자명하다. 골프 역시 엄연한 스포츠이고, 스포츠는 강한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주말 골퍼도 예외가 아니다. 겨울에 연습장에서 죽어라 연습 볼을 치는 방식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던 시대는 지났다. 골프 코스가 휴장에 들어가는 12월 말부터 실내 골프 연습장 대신 체육관에 등록하면 어떨까.
권훈 연합뉴스 스포츠부 대기자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