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이정표…악용 방지 노력도 하자
(서울=연합뉴스)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체복무제안을 교도소나 구치소 등 교정시설 내 36개월 합숙 근무로 확정해 2020년 1월 시행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대체복무자가 맡을 업무는 취사와 물품 보급, 병동 근무 등이다. 올해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병역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년 12월까지 개정하라고 결정한 지 6개월 만에 나온 입법안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지 않고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병역제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국방부의 대체복무 안은 일각에서 징벌적인 면이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납득할만한 복무기간과 근무방식이라는 의견이 많다. 육군은 현역 병역기간이 2021년 말까지 18개월이 되고,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 복무한다. 국제인권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역의 1.5배 이하로 대체복무제를 운용할 것을 권고한 것을 고려하면 36개월 대체복무는 다소 길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연구 요원과 공중보건의 등의 대체복무기간이 34∼36개월인 것과 비교해보면 현역병과의 등가성, 타 대체복무자와의 형평성을 두루 확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국방부 여론조사에서 현역병의 77%가 36개월 대체복무를 선택했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기간과 근무 형태는 어느 때라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국방부가 앞으로 '양심적' '종교적'이라는 용어를 행정적으로는 쓰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우려를 보여준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은 잠재적 화약고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병역기피 사례가 불거질 때마다 큰 진통을 겪어왔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순간, 종교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존중하는 선한 취지에서 도입된 대체복무제 전체가 비판받을 수 있다.
국방부는 이런 우려를 명심해 대체복무자 선정과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게 했고, 대체복무 대상자를 판정할 심사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일단 36개월 대체복무를 시행해보면서 복무기간을 24∼48개월로 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첫해 1천200명 정도를 선발한 뒤 연간 600명 수준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대체복무 신청자 추이를 예의주시해 국방의 의무를 꼼수로 피하려는 시도는 막아야 한다. 초기에는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낫다. 이후 국민 여론 수렴을 계속해 적절한 복무기간과 근무 형태를 다듬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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