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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난 김보름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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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난 김보름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었다"
올림픽 왕따 주행 오해로 큰 상처…은퇴 고려하다 당당히 재기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향해 다시 뛰겠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화려한 금발은 검은 머리로 바뀌었고, 얼굴은 다소 수척해졌지만, 김보름(강원도청)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상처를 딛고 당당하게 다시 일어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 간판 김보름은 27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실 올림픽이 끝난 뒤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삶을 포기할 순 없었다"라며 "언젠가는 많은 분의 추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으로 용기 냈다"라고 말했다.
김보름은 올해 초에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큰 고난을 겪었다.
여자 팀 추월에서 팀 동료 노선영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왕따 주행'을 했다는 오해를 받은 데다 경기 후 인터뷰 태도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를 거쳐 김보름이 노선영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비난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었다.
김보름은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
그는 "어머니와 코치님께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고 6개월 동안 쉬었다"라며 "그 기간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대로 운동을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먼 훗날 항상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었다. 큰 용기를 갖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심신이 지친 상황이었지만 김보름은 묵묵히 훈련에 열중했다. 실전 대회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한 달이었는데 김보름은 무서운 속도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기량은 여전했다. 김보름은 지난 10월에 열린 공인기록회를 통해 복귀했고 이후 대표팀 자격을 얻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다.
월드컵에서도 김보름은 빛났다. 그는 지난달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부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선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 중 올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건 김보름이 유일하다.
그는 "좋은 성적이 나올 줄은 몰랐다"라며 "매스스타트는 변수가 많은 종목인데 운이 따른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악몽이 된 평창올림픽에 관해서는 아직도 많이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사실 내 마음가짐은 올림픽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다"라며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이 최고 목표일 텐데, 4년 뒤 열리는 베이징 대회에선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김보름은 빙상장 밖에서 제73회 종합 스피드선수권대회 경기에 열중하는 동료 선수들을 지켜봤다.
당초 김보름은 이번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6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다친 허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기권했다.
김보름은 "부상이 심한 건 아니지만, 올 시즌 남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파이널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대회는 불참하기로 했다"라며 "일단 올 시즌은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완벽한 몸 상태로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엔 김보름을 응원하려는 다수의 팬이 찾아 눈길을 끌었다. 김보름은 "앞으로 다치지 말고 힘내세요"라고 응원하는 팬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열심히 하겠다"라며 활짝 웃기도 했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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