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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년] ⑤키르기스 박선주씨 "유목민 언어 공부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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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년] ⑤키르기스 박선주씨 "유목민 언어 공부할것"
20년 간호사 근무 접고 해외 봉사로 인생 2막 설계
"한류에 빠진 10대 청소년들에 한국어 가르쳐주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병원, 사회복지시설, 시민단체 등에서 간호사 생활 20년을 한 박선주(46) 씨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휴가 때나 이직할 때 틈이 나면 어김없이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이라크, 파키스탄, 터키 등지에 의료 봉사를 나갔다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게 잠시 다녀오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았고, 아예 1∼2년 이상 해외에 나가 봉사하기를 꿈꿨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파견되기 위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개인 사정으로 번번이 좌절했다.
박 씨는 지난해 3월 마침내 기회를 얻어 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도착했다. 그는 2020년까지 제12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다.
그는 왜 봉사활동을 인생의 돌파구로 생각했을까?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봉사는 미뤄뒀던 꿈에 대한 재도전"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그의 '미뤄뒀던 꿈'은 뭘까? 중년의 나이에 사표를 던지고 과감히 선택한 키르기스스탄행(行)에서는 어떤 꿈을 꿀까.
일단 그가 미뤄둔 꿈은 다름 아닌 KOICA를 통해 해외 봉사를 하는 기회였다. 그래서 기다렸다는 듯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을 밟은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일하면서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연관성이 있는 역사와 언어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어요. 특히 고조선과 북방민족이었던 투르크계 유목민들과의 문화와 언어의 유사성은 놀랍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아담'으로, 복수어미'들'은 '다르'인데 이와 비슷한 예들이 정말 많아요. 관련 책들을 좀 더 뒤져보면 제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러시아어가 아닌 키르기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키르기스어를 배우고 있는데 한국어와 어순이 아주 비슷해 배우기가 쉽다고 전한다.
언어가 좀 더 원활해지면 비슈케크 개인 병원에 취직해 근무하면서 '언어의 유사성'에 대한 자료들을 더 찾아볼 계획이다.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들이 많은 키르기스스탄에 정년 이후 아예 정착하는 꿈도 꾸고 있다.
제12병원은 5개의 보건소와 지역 학교의 보건을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5세 미만 영유아의 건강검진과 모자 보건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 내 의료인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또 지역사회의 보건 요원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박 씨는 봉사활동이 견문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6개월 이상 거주하면 '사람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 다시 '왜 이렇게 하는 걸까'라는 문화충격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는 거죠. 이때 한국인의 시각으로 판단하기 쉬운데 한 발 뒤로 물러나 여유를 갖고 생각하고 이해하면 길이 보입니다. 여행이나 책 속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들이죠."
그는 "봉사가 끝나면 다시는 꿈을 미뤄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한국대사관 주최 K팝 페스티벌이 비슈케크 시내의 큰 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시작 전 이미 객석이 꽉 차서 입장할 수가 없었어요. 비가 계속 쏟아지는 데 10대 청소년들이 체육관 출입문마다, 창문마다 돌아다니며 몇 시간째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봤죠. 저들이 한국을 계속 좋아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뭘까. 아마도 봉사 이후에는 그 일을 찾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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