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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세상을 바꾸다] ③연대의 목소리…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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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세상을 바꾸다] ③연대의 목소리…무엇이 달라졌나
남성 중심 인식에 균열…회식 문화 등 일상 속 변화 가져와
'펜스 룰' 등장·미투 조롱 반발도…"제도 변화로 미투 완성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전명훈 기자 = "변화가 시작된 한 해가 아닌가 싶어요. 남성들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직장인 강모(34)씨는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불러온 일상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은 그야말로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미투는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고발이자 여성 인권 선언이었다.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며 남성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미투는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 '노래방 회식' 사라지고 술자리는 1차만
미투는 오래된 회식 문화부터 바꿨다.
강씨는 "예전에는 술자리나 회식에서 아슬아슬한 성희롱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이런 거 조심해야 한다'면서 제지하는 분들이 꼭 한두 명은 생겼다"며 "'노래방 2차'를 금지하는 기업도 생기고 여성의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박모(31)씨 역시 "아무 말이나 툭툭 내뱉던 남자 선배들의 언행이 조심스러워진 게 느껴진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 같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박씨는 "특히나 회식을 가면 불편하고 불쾌한 일들이 많았는데 가급적 깔끔하게 1차만 갔다가 일찍 귀가하는 분위기"라며 "전에는 노래방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하면서 여사원들에게 마이크를 강제로 쥐여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문화가 없어지니 정말 미투가 위력적이구나 싶었다"고 반겼다.



◇ 미투 '비하·조롱' 백래시…'펜스 룰' 등장도
하지만 현실에서 근본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의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 두어 차례 참석했다는 대학생 김모(22)씨는 "미투가 불러온 긍정적 효과는 분명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변화를 이야기하기는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투 이후 남성들이 변화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폭로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탓이지 성 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는 아니다"면서 "전처럼 노골적으로 '여성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메갈×'(급진적 페미니즘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속되게 부르는 말) 소리를 듣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황모(28)씨는 "술자리에서 말끝마다 '그러다 '미투'라도 당할라',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 식으로 말하는 직장상사들이 있다"며 "그럴 때마다 미투를 비하하고 비꼬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의 태도 변화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고 이런 분위기가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기대를 접는 눈치였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이공계 대학원에 다니는 홍모(32)씨는 '펜스 룰'의 등장에 우려를 표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의회 전문매체 '더힐'과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미투 바람이 거세지며 '펜스 룰'은 성 추문에 휩싸이지 않기 위한 남성들의 '처세술'로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홍씨는 "대학 내에서도 미투를 의식해 술자리나 이런저런 모임에 여성들을 배제하는 펜스 룰 현상도 나타난다"며 "조교 선발 등의 과정에서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남성 중심 의식에 균열 성과…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전문가들도 올해 여성운동이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한다. 특히 올 초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여성운동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단순히 몇몇 피해자가 용기 있게 나섰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이들이 나타나 국민의 (남성 중심) 의식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균열 덕분에 그동안 관행이나 문화로 생각했던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성찰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런 광범위한 의식 전환의 영향으로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젊은 시절 내가 당했던 것이 바로 데이트 성폭력 아니었을까' 하는 식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게 큰 변화"라며 "여성운동은 과거 소수의 여성이 주도하던 운동이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일반 시민까지 깨우는 운동으로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만큼 체제에 안주하려던 많은 사람이 방어적인 자세를 갖게 됐고, 그만큼 백래시(backlash·반격)도 강해졌다"며 "모든 소수자 운동은 저항을 부르기 마련이고 저항을 돌파하면서 세상은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미투를 계기로 그동안 왜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피해 사실을 드러냈을 경우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2차 피해'와 부당한 사생활폭로, 조직 내 왕따가 되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성폭력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는 식의 지독한 편견을 깨야 한다"며 "미투는 폭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으로도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성폭행이 성립하는지를 따져서는 여성 인권을 보호하기엔 미흡하다"며 "'비동의 간음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드러냈는데도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이를 성폭행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비동의 간음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대두된 바 있다.
kihun@yna.co.kr,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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