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9년여 전 제주 보육교사 살인 피의자 구속영장 재신청
실오라기 증거물 보강해 접촉 가능성 논리 제시한 듯
"구속 여부 관계없이 기소의견 송치 방침"…피의자 혐의 부인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보육 여교사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7개월 만에 다시 신청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보육교사 살인 혐의(강간살인)를 받는 박모(49)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도록 하기 위해 21일 오전 대구에서 제주로 구인절차를 시작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해 그다음 날인 19일 박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받았다.
2009년 당시 택시 운전을 했던 박씨는 그해 2월 1일 보육 여교사인 A(당시 27)씨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로 사건이 발생한 지 9년 10개월여가 흘렀다.
9년여 전 제주 보육교사 살인 피의자 "영장 재청구 불만" / 연합뉴스 (Yonhapnews)
제주지법은 박씨가 이날 제주에 도착한 후 오후 3시께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에도 구인을 위해 박씨의 거주지가 있는 경북 영주로 갔으나 박씨가 자신의 직업과 연관된 일로 거주지를 벗어나 있었다.
경찰은 박씨의 구속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가능한 부분에서 박씨 이동 동선 등에 대한 현장검증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9년 당시에도 여러 의문점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명확한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재수사를 시작, 다음 달인 5월 16일 박씨를 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5월 당시 경찰은 피살된 A씨의 윗옷 어깨 부분과 피부조직에서 2∼3㎝ 크기의 작은 옷의 실오라기를 몇 점 발견했다.
경찰은 이 실오라기들을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피의자 박씨가 사건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임을 입증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피의자 박씨에게서도 실오라기를 발견해 증폭 기술로 A씨가 사망 당시 입었던 옷의 종류와 동일한 것임을 확인하게 됐다.
미세증거 증폭 기술은 섬유, 페인트, 토양, 유전자, 쪽지문 등 미세한 증거물을 무한대로 확대해 형태나 재질 종류를 확인, 동일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부족 이유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 차량에서 발견됐다는 옷 실오라기(섬유증거)는 피해자가 입었던 것과 단지 유사하다는 의미에 그칠뿐더러 유전자 등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제시한 사건 발생 당시 폐쇄회로(CC) TV 차량 영상도 피의자가 운행한 택시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섬유 미세 증거물(실오라기)에 대한 추가 보강 수사를 진행해 피해자와 피해자가 접촉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사건 발생 당시 CCTV 장면에 대해 추가로 보정작업을 진행, A씨가 탔을 것으로 보이는 영상의 택시가 박씨의 것과 종류와 색깔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 영장기각 사유에 대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기존 증거를 정밀 재분석해 추가 보강했다"면서 "피의자가 범인임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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