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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인도적 지원 '대북 달래기'…"70년 적대관계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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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인도적 지원 '대북 달래기'…"70년 적대관계 극복"
北 '비핵화 길 막힐 수 있어' 반발에 방한일성으로 대북 유화 메시지
제재 유연성 발휘로 이어질지 주목…NYT "교착타개 위해 '최대압박' 일부완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방한 일성'으로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 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70년 적대관계 극복'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는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4대 합의사항 중 하나인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최근 미국의 대북제재와 인권압박 등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북 인도지원 문제를 고리로, 비핵화 협상 진전 부진에 가로막힌 북미 간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분명히 내비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견인, 교착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대북 메시지 발신인 셈이다.
한미 간 워킹그룹 회의 등을 위해 방한한 비건 특별대표는 19일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방한 기간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반도와 한국 사람들, 그리고 미국과 북한을 갈라놓았던 지난 70년간의 적대감을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한미 간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목적을 위해 다음 주에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 및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그 연장 선상에서 "미국민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이라며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사망함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해온 미 국민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에 대한 손질 방침도 시사했다.
다만 CNN방송은 "비건 특별대표 및 그와 함께 있던 관리들은 여행 금지 재검토 대상이 인도적 지원 관련된 부분에 국한되는 건지 아니면 전반적인 것인지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종이를 꺼내 읽어내려간 이러한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메시지'이다.
북한이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의 개인 명의 담화에서 미국의 제재 및 인권압박을 성토, 한반도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 지 3일 만에 나온 미국의 '반응'이기도 하다.
북미 간 긴장 수위가 올라가던 상황에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선물 보따리'를 풀며 북한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대북제재 및 인권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번 방침은 인도적 지원 등 제한적 영역에 한하긴 하지만 기존의 '선(先)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원칙에서 보다 유연한 스탠스를 취하며 부분적 제재완화 및 수위 조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미국과 유엔은 대북 인도적 지원 제공을 위한 '허가'(licenses)의 면제 요청을 면밀하게 재검토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비핵화에 성과가 있다면 제재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대북 인도지원 관련 재검토 카드가 북미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의 '지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만큼 북미 간 대화 재개 및 교착 타개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답보 상태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2월'로 언급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간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다.
특히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은 '종전선언→평화협정→수교'로 이어지는 일련의 평화 프로세스와 맞닿아 있는 것이어서 미국이 이를 시야에 넣고 있다는 메시지 발신이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에 유인책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북 인도지원 문제를 신호탄으로 북한이 원하는 일련의 관계개선을 비롯해 후속 '상응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을 놓고 "워싱턴이 길어지고 있는 비핵화 대화의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일부를 풀어주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중대 양보를 끌어내는데 충분한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도 "김정은(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워싱턴과 평양이 교착 상태에 놓인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전했다.
이제 시선은 북한의 반응으로 모아진다. 일단 국무부가 18일 부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이후에 제재해제가 뒤따르리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 비핵화가 빨리 이뤄지면 제재도 빨리 해제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의 추가 메시지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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