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5% 감축…총인건비 0.8%, 사업비 7% 인상
윤석헌 "방만경영 개선됐는데 아쉬워"…최종구 "길들이기 아냐"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박의래 기자 = 금융감독원의 내년도 예산이 2% 삭감됐다. 2년 연속 삭감으로, 금감원은 예산 편성 등을 둘러싸고 상급기관 금융위원회와 '갈등 구도'가 부각된 상황이다.
금융위는 19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은 금감원 예산안을 확정했다. 앞서 분담금 관리위원회는 금감원 예산을 최대 5% 삭감하는 예산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분담금은 금감원의 감독·검사를 대가로 금융회사들이 갹출하는 돈으로, 금감원 예산의 주요 원천이다.
금감원의 내년도 총예산은 3천556억원이다. 올해 예산(3천625억원)보다 약 70억원(약 2%) 줄었다. 올해 예산 역시 지난해보다 1.1% 삭감된 규모다.
총예산 중 인건비는 2천104억원에서 2천121억원으로 17억원(0.8%) 인상됐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인상률과 같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보도참고자료에서 "금감원 1인당 급여는 약 9천800만원, 성과급 포함 1억400만원"이라며 "순수 인건비와 급여성 복리비 기준으로 계산하면 2% 인상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선 0.8% 인상은 직원들의 근속연수 누적에 따른 자연증가분에 불과해 '급여 인상'으로 볼 수 없다는 반발 기류가 있다.
예산 삭감에 반발해 "금융위 해체"를 요구했던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에서 "실제로는 1.5%인 인상률을 2%로 반올림해 (자료에) 표시하는 등 유치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10년간 상위직급(총 6급 중 1∼3급)을 35%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팀장급 자리 16개를 없앴고, 내년 조직개편에서 15개를 더 없앨 계획이다.
총예산 중 경비는 803억원에서 764억원으로 39억원(약 5%) 깎였다. 금감원 여비 기준이 공무원·공공기관보다 높은 편이라 이를 조정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금감원은 국·실장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기차 특실도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데, 금감원은 입사 5년이 지난 4급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다.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감축하라는 내년도 예산지침을 반영, 금감원 업추비는 7억원(약 30%) 감소한 16억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사업예산은 272억원에서 292억원으로 20억원(약 7%) 인상됐다. 검사 여비, 정보화 사업, 기업공시시스템(DART) 등과 관련된 사업예산이다.
금융위는 "홍보 3억원, 보험사기 1억원 등 타당성이 인정되는 사업예산 증액에 대해선 금감원의 요구를 전액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 삭감으로) 직원들 사기가 너무 저하되지 않도록 추스르고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방만경영' 지적에는 "최근 많이 개선됐고, 그런 부분이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윤 원장은 금융위가 예산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감리, 케이뱅크 특혜인가 논란, '키코' 사건 재조사 등으로 금융위·금감원이 견해차를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 "예산을 통한 금감원 길들이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으로 금감원을 통제한다는 건 하수다. 우리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금감원과 함께 하는 일인데, 그럴 수 없다"며 '길들이기' 지적을 반박하는 등 금감원 예산을 둘러싼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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