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린 남북 철도조사단…일출보고 덕담, 눈밭에 길 내주기도
"철도연결 미래 밝다"…4천m 터널 함께 걸으며 대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경의선 조사 6일, 동해선 조사 10일을 함께한 남북의 철도 공동조사단은 일출을 같이 보고 4천m 길이의 터널을 걸으며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의 꿈을 나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된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참여한 통일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사 과정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보낸 시간을 소개했다.
남측 28명, 북측 30명가량의 조사단원은 열차에서 숙식을 하면서 움직였다. 남측 조사단원들의 경우 잠은 남측 침대차에서 자고 식사는 북측에 실비로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남측에서는 공공기관 및 민간 소속 기술자 21명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했고, 북측에서는 철도협력 분과회담에도 나왔던 김창식 철도성 대외사업국 부국장이 단장을 맡은 가운데 계봉일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국장 등이 참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남북 단원들이 한반도의 경계이자 조사의 종착점인 경의선 압록강 철교, 동해선 두만강 철교에 함께 섰던 때를 꼽았다. 이곳에 와본 건 북측 조사단원들도 처음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남북이 함께 한반도 철도가 대륙으로 향하는 꿈을 나누고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었다"며 "직접 우리 땅으로 가니 굉장히 감회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남북 조사단원들은 함경북도 나진의 해변 역인 명호역에서 함께 일출도 봤다. 떠오르는 해를 함께 보면서 이들은 '남북 철도 연결, 현대화의 미래가 밝다'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북한의 최장 터널인 동해안 지역 광주령차굴은 길이가 무려 4천531m인데, 터널 내부를 남북 단원들이 한 시간 반 이상 같이 걸으며 개인적 이야기에서부터 역사, 남북관계 등 여러 이야기도 나눴다.
장기간의 조사 과정에서는 악천후 등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단원들이 함경남·북도의 경계인 일신역에 머물 때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지고 50∼60㎝의 눈이 와 무릎까지 빠질 정도였다. 청천강에서는 비가 와 1천200m 길이의 교량을 단원들이 우비와 우산에 의지해 건너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게 통일부 관계자의 평가다.
그는 "북측이 사전에 다리나 철길을 깨끗이 청소할 뿐 아니라, 북측 인원들이 먼저 눈길에 발자국을 내 조사단이 이를 따라가면서 쉽게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함흥, 청진, 원산 등 대도시가 이어지고 공장과 기업소 등이 밀집한 동해선은 민감한 지역임에도 북측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상당히 많이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발간한 '남북 철도용어 비교사전'을 전달받고 "동질성 회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남북 간 철도기술 협의에 적극적인 의향을 표명하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열차를 타고 장시간 움직였기 때문에 철도 관련 전문가들의 협의뿐만 아니라 당국 간에도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굉장히 많은 공감대와 친밀감이 형성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