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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에서 스토리로…초심으로 돌아온 변신로봇 '범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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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에서 스토리로…초심으로 돌아온 변신로봇 '범블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주객전도', '산으로 가는 배' 등 온갖 악평을 들어온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드디어 초심을 되찾았다.
다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본편은 회생이 쉽지 않았던지 제작진은 외전 격인 '범블비'를 탈출구로 삼았다. 그리고 이 출구전략은 '묘수'가 될 듯하다.
사실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1편은 '실사 거대변신 로봇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CG로 구현한 거대로봇의 변신과 대규모 전투장면은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1편 성공에 도취한 탓인지 트랜스포머는 점점 산으로 가는 시리즈가 되고 만다. 새로 공개되는 작품마다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듣더니 지난해 개봉한 5편은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쓰고도 최악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볼거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의 개연성은 등한시한 대목이 가장 큰 문제였다. 뚝뚝 끊기는 편집과 산만한 전개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고, 장점인 로봇 액션신마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식상하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트랜스포머 본편은 제작이 중단됐으며, 구원투수로 '범블비'가 투입됐다. 시리즈 회생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본편의 고질적인 문제를 일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볼거리에 치중한 기존 시리즈와 달리 스토리에 힘을 줬다. 수많은 로봇과 인간이 등장해 정신없는 전개를 이어가던 패착을 반복하지 않고 범블비와 10대 소녀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 분) 이야기에 집중해 몰입도를 높였다.
범블비와 찰리의 관계는 마치 범블비와 샘 윗위키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1편에서 호평받았으나 갈수록 색이 옅어진 '소년과 로봇의 우정'이라는 키워드를 성별을 바꿔 다시 한번 꺼내든 듯하다.
범블비를 비롯한 로봇 디자인도 복고풍으로 재편됐다. 영화 초반 사이버트론 전투장면에 등장하는 오토봇과 디셉티콘 모습은 1980년대 방영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디자인에 가깝다.
다소 투박하고 촌스러운 외양이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공룡, 기사, 악마 등 괴이한 모습으로 변해간 트랜스포머보다 이쪽이 훨씬 낫다는 평이다.



특히 주인공 범블비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범블비는 용맹한 오토봇 전사가 아닌 기억을 잃고 겁에 질린 외계 로봇이다. 주인을 잃고 오들오들 떠는 강아지 혹은 지구에 홀로 남은 ET가 연상될 정도다.
매끈하고 날랜 외양도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변했다. 본편에서는 자동차 모드일 때 쉐보레 스포츠카 '카마로'로 변신했지만 이번 작에서는 폭스바겐의 '비틀'로 변한다.
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설정을 따른 것으로 덕분에 범블비는 한층 동글동글하고 선한 인상을 지니게 됐다. 특히 크고 동그란 눈을 활용한 범블비의 표정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귀요미'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영화 배경은 1987년이다. 오토봇이 사이버트론 전투에서 디셉티콘에 패하자 오토봇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병사 'B-127'에게 지구에 은신처를 마련하라는 임무를 준다.
사이버트론을 탈출한 'B-127'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미군의 공격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먼저 지구에 와 있던 디셉티콘 '블리츠윙'까지 그를 공격한다.
'B-127'은 가까스로 미군을 뿌리치고 블리츠윙을 무찌르지만 기억회로가 타버리는 중상을 입고 만다.
기억을 잃기 직전 'B-127'은 노란색 비틀로 변신하지만 그대로 작동을 멈추고 만다. 결국 고물상 한구석에 방치돼 먼지만 쌓여가는 신세가 된 'B-127'. 그러나 찰리의 도움으로 다시 움직이게 되고 '범블비'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다.
찰리와 범블비 이야기에 집중한 까닭에 전작들과 비교하면 로봇 전투장면은 소박하다고 할 정도로 축소됐다.



다만, 영화 초반 3분가량 이어지는 사이버트론 전투장면은 1편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인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해 아이언하이드, 라쳇 등 반가운 얼굴이 대거 등장한다.
또 범블비가 말을 하지 않고 라디오 음악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까닭과 트랜스포머 1편에서는 왜 1977년식 카마로로 변신하는지도 알 수 있으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주제가였던 'The Touch'를 비롯해 릭 애슐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 등 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이 곳곳에 삽입돼 올드팬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 중반부 찰리와 범블비가 우정을 쌓아가는 드라마는 로봇 물이라기보다 가족영화에 가까운 흐름을 보인다. 다만, 이런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법도 하다.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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