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강동구청장 "노동존중·경제자립도시 강동 기대하세요"
고교무상급식·교복무상지원 앞장…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잘못된 것 바로잡고 소명할 것"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고현실 기자 = "제가 인생스토리가 있죠. 청년시절에는 운동권 활동으로 감옥을 두 번이나 다녀왔고, 증권사 잘 다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졸지에 백수가 됐습니다.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어려움을 만났지만 잘 헤쳐나가려 합니다."
이정훈(51) 강동구청장과의 인터뷰는 어쩔 수 없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출발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그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열혈 초선 구청장에게 취임 반년의 소회를 묻고자 잡았던 인터뷰가 그 탓에 취소되는가 싶었지만, 이 구청장은 담담하게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 구청장은 17일 "구청장으로서 재판까지 받게 돼 구민들께 죄송하다"며 "성실히 소명할 것이고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4월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등록되지 않은 '구청장 적합도' 여론조사를 공표하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구청장은 "동료 시의원 등 지인 8명에게 내 핸드폰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전송했는데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게 돼서 너무 송구하고, 조속히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이 구청장은 박수받을 일도 제법 있었을 듯하다. 내년 시행되는 서울시 고교무상급식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적극 추진했고, 서울시 최초로 강동구 교복지원 조례를 제정해 내년부터 중고교 무상 교복지원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또 서울시 최초로 구 직영 노동권익센터를 설립해 내년 2월 오픈하고, 역시 서울시 최초로 구민안전보험을 도입해 사고나 재난 등으로 피해를 본 구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 구청장은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계획했던 공약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해나가고 있고, 구정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권익센터는 그의 선거 공약1호다.
그는 "센터에서 일할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인력 20명을 인사발령했고 임시사무소도 오픈했다"며 "내년 2월부터 본격 운영되는데 행정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자신한다. 잘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현재 43만 5천여명인 인구가 2022년이 되면 54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며 교통과 산업 등에서 급격한 발전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계층이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시의 성장이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합니다. 그 첫걸음이 강동구 노동권익센터입니다."
그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상담과 법률 지원,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 임금체계 정착, 일자리 창출 및 연계, 노동인권교육 등 노동과 인권뿐만 아니라 일자리까지 총망라하는 실질적 기관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에서는 또 현재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가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다. 고덕비즈밸리(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와 강동일반산업단지(지식기반융복합단지) 프로젝트가 나란히 2022년 조성을 목표로 가동 중이고 지하철 5·8·9호선 연장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강동구는 주거중심형 도시에서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경제자립도시, 서울 동쪽 끝이 아닌 동남수도권의 중심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청 개청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고덕비즈밸리는 약 2천여 명의 민간 일자리 창출과 연간 1천만 명의 외부 고객 유입으로 지역상권 활성화, 대내외 위상 제고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사업입니다. 쇼핑센터와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문화·유통산업단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고루 입주한 업무단지,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조성할 것입니다. 강동일반산업단지는 내년부터 토지보상 등의 행정절차를 밟을 계획이며, 2020년부터 200여개의 엔지니어링·지식산업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입니다. 천호대로변 상업지역을 복합개발해 양재대로를 따라 성장의 축을 연결해 강동구 전체에 경제 효과를 확산시킬 계획입니다."
그는 "이와 연계해 청년 임대주택을 적극 보급해 청년들이 강동으로 많이 모여들게 할 것"이라며 "청년들을 통해 강동구가 활기찬 도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투쟁위원장 출신인 이 구청장은 증권사에서 5년여 근무했으며, 민주당 강동갑 지역위 사무국장,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거쳐 제 8, 9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부터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 구청장은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발의해 사립유치원장들의 공분을 샀다"며 웃었다.
"보편적 교육복지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아이의 교육수준을 결정하는 불평등이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우수하고 질 높은 식재료를 제공해 건강한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고교 무상급식에 강동구만이라도 먼저 하겠다고 적극 나섰고, 무상 교복지원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교육행복도시 강동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겁니다."
그는 17년 전 IMF로 모든 것을 잃은 후 부모님, 동생 가족과 모여 살기 위해 암사동으로 이사를 왔다. 그때만 해도 자신이 정치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의 권유로 구의원에 나갔다 떨어지고 다시 시의원에 도전했다가도 떨어졌습니다. 그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3번째 도전한 2010년에는 하늘이 제게 기회를 주셨는데, 두 번의 낙선 끝에 배지를 달게 되니 그 소중함을 알았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시의원 재선 끝에 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곧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이 구청장은 "강동구의 개발계획이 완성되는 2023년이 정말 기다려진다. 구정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4년 임기는 너무 짧은 것 같다"며 "빨리 (재판을) 잘 매듭짓고 구정을 잘 이끌어 4년 이후를 그려나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