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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식량안보 '첨병' 꿀벌의 대재앙 막을 백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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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식량안보 '첨병' 꿀벌의 대재앙 막을 백신 개발
핀란드 연구팀 "출시까지 4~5년 걸릴 듯" 전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핀란드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벌의 개체 수 감소를 막는데 기여할 최초의 벌 백신을 개발해 주목된다.
15일 AFP통신에 따르면 헬싱키대학 생명과학과 달리알 프라이탁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심각한 세균 질환에 대해 저항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
벌을 비롯한 곤충은 인간이나 다른 큰 동물과 달리 백신의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인 항체가 부족해 곤충을 대상으로 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곤충과 면역학 분야 전문가인 프라이탁 교수는 2014년 특정 박테리아를 먹은 나방이 면역력을 가진 알을 낳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꿀벌과 난황(卵黃) 단백질인 비텔로제닌(vitellogenin)을 연구해온 같은 대학의 헬리 살멜라 박사와 공동연구에 착수해 가장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꿀벌 세균 질환인 '아메리카 부저병(American foul brood)' 백신을 만들었다.
이 백신은 설탕 덩어리를 통해 여왕벌에게 먹여 새로 낳는 알에 면역력을 전달해 군집 전체가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의 종류를 확대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자금모금도 병행하고 있다.
프라이탁 교수는 "규제 장벽이 많아 시장에 출시되는 데까지는 잘해야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백신을 통해 적게라도 벌을 구할 수 있다면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꽃가루를 옮기는 벌은 세계 곡물의 4분의 3의 수정을 돕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곤충이지만 최근 들어 떼로 폐사하는 '군집붕괴 현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진드기 공격, 바이러스 감염, 농약 피해, 곰팡이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식량 가격이 오르고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유엔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에서는 꽃가루 매개 동물에 의존한 식량 생산이 연간 5천770억달러(654조원)에 달하고, 지난 반세기에 걸쳐 3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벌과 나비 등 꽃가루 매개 무척추동물은 40% 이상이 멸종위기에 있으며, 새와 박쥐 등 꽃가루를 옮기는 척추동물은 16.5%가 위협을 받는 것으로 지적됐다.
프라이탁 박사 연구팀은 안정적 연구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내년 초부터 추가 백신 연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그라츠대학은 꿀벌이 원형과 8자형 춤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점을 밝혀내 1973년 노벨상을 받은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가 일했던 곳이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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