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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8 증시] ④ 증권업계 '시련의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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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8 증시] ④ 증권업계 '시련의 한해'
유령주식·공매도·소송전에 이어 감원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올해 증권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를 보냈다.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부터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중국 에너지기업 관련 채권 부도에 따른 소송전, 연이은 증권사 인수합병(M&A),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사업 지연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는 국내 주식시장 매매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운 초유의 사건이었다.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버젓이 증권사 시스템을 통해 거래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인 직원 2천18명에게 배당 28억1천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자사주 28억1천만주를 입고했다. 담당 직원이 '원' 대신 '주'로 잘못 입력해 벌어진 일이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전체 주식이 8천900만주인데 31배가 넘는 주식이 새로 만들어져 배당된 것이다. 이후 삼성증권 직원 21명은 잘못 입고된 주식을 내다 팔려고 했고 실제로 16명이 내놓은 주식 501만주는 매도 계약이 체결됐다.
담당 직원의 실수와 잘못 입고된 주식을 내다 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문제였지만 유령주식이 시장의 거래 시스템상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매매됐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다.
배당 착오 사태는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증권사의 주식매매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금융 당국은 시스템 점검 후 주식 잔고와 매매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구성훈 당시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직무정지 3개월 조치를 결정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했다. 삼성증권은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1억4천400만원 등의 제재도 받았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증권은 배당 착오 사태 당시 주식을 내다 팔았거나 팔려고 했던 직원과 전산 담당 직원, 관리자 등 23명에 대해 해고·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고 금감원은 이 가운데 21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는 '공매도 폐지론'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도 했다.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스템을 조작해 유령주식을 만들어내고 이를 공매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졌고 이는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금융위는 하락장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순기능을 고려해 공매도 폐지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 대신 공매도 규정 위반 시 강력히 처벌하고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 개선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은 수그러들기는커녕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다시 타올랐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30~31일 이틀간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개 종목(401억원)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국내에서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외국계 투자기관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에 개인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성토하며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 당시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약속한 금융위는 결국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철퇴'를 가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정례회의에서 골드만삭스인터내서널에 과태료 75억48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과태료 부과금액은 사상 최대로 기존 최대치(5억원)의 15배가 넘었다.



올해 여의도 증권가는 소송전으로도 시끄러웠다.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가 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003530]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12차'를 통해 1천6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고 이후 현대차증권[001500](500억원),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등 금융회사 9곳이 이를 매입했다.
그러나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1조5천만달러 규모의 채권이 지난달 8일 부도 처리됐고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ABCP도 그다음 날 곧바로 부도 처리됐다.
ABCP를 가장 많이 매입한 현대차증권의 경우 2분기에 매입액 500억원 중 225억원을 손실 처리하는 등 ABCP를 사들인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이에 채권단은 CERCG측과 협상 중인데 아직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이처럼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국내 금융사 간에 소송전이 벌어졌다.
현대차증권,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해당 ABCP를 되사겠다고 사전에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며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사업이 계속 지연된 것도 올해 증권사들의 한숨을 키운 요인이었다.
금융위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운다는 포부 속에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등의 요건을 맞춘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그러나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에만 내줬다. 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탓이다.
초대형 IB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별도로 받아야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5조원이면 발행어음으로 10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자금 운용 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곳은 NH투자증권 1곳뿐이다.
나머지 3곳은 여전히 인가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으로 금감원 심사가 보류됐고 KB증권은 올해 1월 단기금융업 인가신청을 자진 철회한 이후 아직도 재신청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심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으로 주인이 바뀐 경우도 있다.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다.
SK그룹의 유일한 금융회사였던 SK증권은 지난 7월 금융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통과해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J&W파트너스로 바뀌었다.
지난해 6월 SK가 공개 매각을 추진한 지 1년여만이다. SK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보유지분 10% 전량을 처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이던 하이투자증권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DGB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로써 DGB금융그룹은 지방금융그룹 중 처음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그룹으로 변신하게 됐고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0월 DGB금융그룹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됐다.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도 불거졌다.
KB증권은 최근 만 43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1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된 이후 처음 단행하는 희망퇴직으로 증시 부진 여파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셋대우도 지점 통폐합을 추진하며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지난달 "회사가 점포 30% 감축 계획을 밝혔다"며 감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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