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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칼럼] 일본 기업에 취직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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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칼럼] 일본 기업에 취직하고 싶나요?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논설위원실장 = 지인의 딸이 일본 국제대학 졸업반이다. 일본 학생이 반쯤 되고 나머지 반은 한국,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인 이 학교 학생들은 일본 내 취직을 희망하면 거의 100% 취업한다고 한다. 일본 학생은 물론이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원하면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 출신 유학생은 채용 선호도가 높다. 이유는 많았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일본 말과 문화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개중에는 중국어까지 능통하다. 일머리가 있고,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 적극성, 조직 적응력을 갖췄다. 필자는 한국 애들은 "참 스마트하다"라며 부러워하는 일본 대학생을 만난 적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해외 근무를 좋아하지 않는다. 선진 사회인 모국에 살기를 바란다. 사회 질서가 잡히지 않는 후진국이나, 언어 장벽이 높은 선진국에 파견돼 고생하기 싫어한다. 일본인들은 문법과 발음이 모국어와 너무 다른 영어를 매우 어렵게 느낀다. 실제로 유럽이나 동남아에 파견된 일본 기업 직원이나 그 가족들은 외국에 살기 불편하다며 얼른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더러 보았다. 이러니 한국 젊은이들은 해외근무 시키기에도 '딱'이다.

외국인 유학생까지 취직될 정도로 일본 내 청년 취업률이 높은 것은 기본적으로 청년 인구 감소세 때문이다. 한국은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 일본 기업 취업이 어렵지 않다고 전해지자 일본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한국 고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일본 유학 상담으로 성업 중인 학원이나 유학센터도 생겨났다.

그런데 일본 내 한국 기업인들은 좀 다른 얘기를 했다. 한국 학생들이 취업 후 얼마 안가 그만둔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대졸 초임이 한국과 비교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은 대략 220만~250만 엔(한화 2천200만~2천500만 원)이다. 대중소기업 사이에 차이가 별로 없다. 한국의 최저임금 연봉 1천900만 원보다 불과 몇백만원 많은 수준이다.

올해 한국 대기업 초임 연봉은 평균 4천만원 정도다. 5천만원 넘는 곳도 있다. 한일간 대졸 초임이 이렇게 차이 나니 취업자 본인이 일본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도 한국에 있는 부모는 그 월급 받을 바엔 귀국하라고 종용한다.




한국 사회의 당면과제 중 하나가 청년 실업이다. 한국에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다. 청년 실업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꼽는다. 양질 일자리라는 게 고임금 정규직을 말한다. 주로 대기업에 있다.

대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수가 많지 않다. 청년 실업률이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높은 것은 양국 간 대기업 수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때문이다. 일본은 그 격차가 크지 않아 청년들이 입사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청년 실업률이 높지 않다.

일본에서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 20년간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중소기업 평균임금이 대기업의 55% 정도다. 2015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정규직 평균 초임은 각각 2천532만원, 4천75만원이었다. 한국 청년들은 첫 직장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영원히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생애소득을 비교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사이에 격차는 매우 크다.

대졸 청년들은 취업이 늦어지더라도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으며 대기업 정규직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몇 년씩 취업 재수를 한다. 서른을 넘겨서야 대기업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한다.

정부는 수조 원을 들여 갖가지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았다. 직업훈련, 채용정보 제공, 고용장려금 지급, 창업지원 등이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대중소 기업으로 나뉜 산업 이중구조와 정규·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내는 청년실업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 수 있다. 대기업은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은 임금을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대중소기업이 적정하게 이익을 나눠야 한다. 지금과 같은 약탈적 하청 관계로는 안 된다.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이 한국은 2015년 63%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3번째다. 대중소기업 관계를 고치고, 임금격차를 줄이면서, 노동소득을 차차 늘리면 청년실업을 완화하고 소득주도성장까지 노릴 수 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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