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물빛공원 갯골 수문 설치 두고 지자체·주민 간 갈등
남동구 "환경문제로 수문 설치 불가" vs 주민 "악취 등 민원 방치하는 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바닷물이 드나드는 인천시 남동구 한 공원에 수문 설치 여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 인천시 남동구에 따르면 남동구 누리집 민원게시판에는 지난달 하순께부터 최근까지 서창2지구 물빛공원에 수문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쳐 100여건이나 올랐다.
민원 글은 대부분 이 공원에 쌓인 펄을 제거하고 바닷물을 가둘 수 있는 수문을 설치해달라는 내용이다.
물빛공원은 인천서창LH 등 주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2013년 12월 4천500㎡ 규모로 조성됐다. 총면적의 20%가량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골로 이뤄졌다.
갈등은 지난해부터 갯골 주변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모기가 들끓으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이 갯골에 펄이 쌓이고 바닷물 유입이 줄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남동구에 해결을 촉구했다.
남동구는 물빛공원 주변에 장수천과 소래습지공원이 있어 갯골을 악취와 모기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맞섰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민원이 빗발치자 남동구는 물빛공원에 수문을 설치해 바닷물을 가두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 비용은 10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현재 사업은 전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수문을 설치할 경우 바닷물이 고여 썩는 등 환경·생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올해 7월 인천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사업이 부결된 탓이다.
도시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업은 재상정이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남동구가 민원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A씨는 "물빛공원 내 갯골은 과거 바닷물 유입이 원활했지만, 주변 지역 신축 아파트 폐기물이 무단으로 버려지고 펄이 쌓이면서 흉측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며 "지난해 (당시 남동구청장인) 장석현 구청장이 수문 설치를 약속했는데 인제 와서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하는 건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주민 B씨는 "수문을 설치하지 못한다면 갯골 내 쌓인 펄이라도 제거해야 하는데 남동구는 이마저도 못하겠다고 한다"며 "결국 주민들은 매년 악취와 모기에 시달려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동구 관계자는 "물빛공원 갯골 내 펄은 바닷물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것"이라며 "펄은 제거해도 다시 쌓이기 때문에 예산(4억3천만원)을 들여도 효용이 없다. 수문 설치 역시 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동구는 수문 설치 대신 물빛공원 갯골의 갈대를 제거하고 모기퇴치기를 설치하는 등 환경정비 사업을 추진해 주민 불만을 해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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