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한테 "음성상담 하라"는 정부기관…인권위 진정
장애인단체, 인권위·복지부·문체부 상대 '장애인 차별' 진정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청각장애인들이 13일 자신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보제공 서비스를 할 것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포함한 정부 기관에 대한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국가기관의 차별에 관한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정인은 각각 1∼2급의 청각장애를 가진 김 모 씨와 조 모 씨, 권 모 씨 3명이고, 피진정인은 인권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다.
진정인 3명은 차례로 발언에 나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국가기관의 차별 행위를 규탄했다. 수어를 하는 이들의 주장은 수어 통역사의 목소리를 통해 대신 전달됐다.
이날 자신의 아이를 데려온 김 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잔액을 물어보려고 영상 전화를 걸었다"며 "영상 통화를 받은 상담원은 자기가 담당자가 아니니 음성 전화로 다시 알아보라고만 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수어를 했다.
김 씨는 "내가 말을 하지 못해서 영상 전화를 했는데 음성 전화로 다시 하라는 건 무슨 경우냐고 따졌더니 그 상담원은 '현재 시스템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위에서 내게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만 답변했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권 씨는 국민체력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비용까지 모두 지불했지만,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경험을 소개했다.
권 씨 역시 쉴새 없이 손을 바삐 움직이면서 "회사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국민체력센터에 관련 문의를 했더니 소통이 안 돼서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내가 수어 통역사와 함께 갈 테니 괜찮다고까지 했지만, 끝내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권 씨는 "국민으로서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에서조차 차별을 받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다시는 다른 장애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다급하게 벌어진 인권 침해에 관해 상담하기 위해 인권위를 찾았었다"며 "수어로 상담이 가능하다고 한 시간조차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진정 이유를 설명했다.
전장연은 "인권위의 수어 상담 관련해서는 여러 장애인단체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에서 정해진 시간에만 상담할 수 있게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소통을 통한 정확한 정보제공은 장애인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며 "이번에 진정을 제기한 기관 외에도 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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