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백악관이 나를 노린 암살 기도에 직접적 역할"
볼턴 보좌관 지목…"브라질 차기 정부도 베네수엘라 침공 음모 꾸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암살 기도의 직접적인 배후로 미국 백악관을 지목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에 있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세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미 백악관이 자신을 겨냥한 드론(무인기) 암살 기도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기 위한 계획을 주도했다"며 "볼턴은 베네수엘라를 폭력으로 채우고 외국의 군사적 개입을 모색하기 위한 음모의 우두머리로 다시 한번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볼턴은 콜롬비아와 미국에 있는 군 기지에서 용병의 훈련을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해 7월 대법원 청사 등 정부 건물에 헬리콥터를 이용한 수류탄 공격이 발생했다. 올해 8월 4일에는 마두로 대통령이 연설하던 도중 폭탄을 장착한 드론이 폭발, 대통령 암살 기도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러시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베네수엘라에 장거리 전략 폭격기 2대를 비롯해 여러 공군기와 조종사들을 배치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볼턴 보좌관은 중남미 좌파 국가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니카라과, 쿠바와 함께 '폭정 3인방'(troika of tyranny)이라고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들과 금 거래를 못 하도록 하는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베네수엘라 내 반체제 세력과 마두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군사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전·현직 미국 관리 11명과 전직 베네수엘라군 지휘관 1명이 지난해 가을께 쿠데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미팅을 가졌고, 접촉이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군사적인 방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에 고무된 베네수엘라 쿠데타 기도 세력이 미국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60∼80년대에 중남미에서 사회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여러 차례 군부 쿠데타를 지원했다. 군부 독재 정권들은 미국의 암묵적인 지원 아래 수많은 반체제 인사를 납치한 뒤 고문하고 살해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에 출범하는 브라질 차기 정부 내의 극우 미치광이들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인과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 당선인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브라질에서는 차기 정부가 군사적 모험에 연루되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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