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 타도"…홍콩인, 日야스쿠니서 '전범' 불태우며 시위(종합2보)
홍콩인 '난징대학살 항의' 깃발 소지…"A급전범 이름 적힌 종이뭉치 태워"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12일 오전 7시께 2차대전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靖國)신사 경내의 신몬(神門, 정문에 해당) 부근에서 불이 났지만, 곧바로 진화됐다.
야스쿠니신사와 NHK 등에 따르면 이 신사 신몬 안쪽에 있는 참배로에서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로 보이는 이름이 쓰여진 종이 뭉치가 불타는 것이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화됐다.
불이 곧바로 꺼지면서 다른 건물 등으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불이 난 현장에는 남녀 2명이 있었으며, 신사 경비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사 경내에 들어갔다"며 중국 국적의 홍콩 거주인 궈(郭·55)모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궈씨는 자신이 홍콩에 거주하는 공무원이라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궈씨는 '난징대학살에 항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깃발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불이 난 장면을 촬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난징 대학살은 일본군이 1937년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40일간 30여만여명의 중국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오는 13일로 일본의 난징 점령 81년이 된다.
경찰은 궈씨, 그리고 그와 함께 있던 여성에 대해 화재 당시 상황과 경위, 방화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궈씨 일행은 지난 11일 홍콩을 출발해 일본에 입국했으며, 오는 14일까지 도쿄에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언론은 이날 궈씨 등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의 중국 영유권을 주장하는 홍콩 단체의 회원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에 궈씨의 시위 장면이라고 소개한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궈씨로 보이는 남성이 야스쿠니 경내에서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전 총리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뭉치를 태우며 '군국주의를 타도하자', '난징대학살에 항의한다' 는 등의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등장했다.
홍콩 언론은 "궈씨 등은 오는 13일 일본의 난징 점령 81년에 맞춰 야스쿠니에서 항의 활동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NHK는 전했다.
야스쿠니신사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재와 관련된 사항은 경찰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2차대전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돼 있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일본 지도층이 참배나 공물 납부를 하는 등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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