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는 시사 복원, 케이블은 드라마, 종편은 예능
2018년 방송가 총결산…"채널별 타깃 세분화 현상 심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2018년, 방송가에 '도깨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이 각각 서로 다른 주력 분야를 내세워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지상파는 드라마와 예능이 '흉작'에 가까웠지만 시사보도 분야를 강화하며 '정상화'에 주력했다. tvN과 OCN을 위시한 케이블 채널은 다양한 장르 드라마로 시청자 눈을 사로잡았고, 종편들은 가성비 좋은 예능으로 경쟁했다.
◇ 김제동·김어준·주진우, 그리고 뉴스타파…지상파 '좌클릭'
KBS, MBC, SBS는 올해 드라마와 예능에서 큰 히트작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KBS에서 시청률 45%가 넘는 '황금빛 내 인생'과 젊은 층 호응을 얻은 '쌈, 마이웨이', SBS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거머쥔 '피고인' 등을 줄줄이 쏟아낸 것과는 대비되는 한 해였다. 심지어는 시청률 1~2%대 드라마도 수두룩해 '흉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지상파는 시사와 보도 부문에 주력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정권 교체와 맞물려 이뤄진 경영진 변화 후 시사 프로그램과 보도 부문 복원에 온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진보 색채와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진행자 영입에도 사활을 걸었다.
KBS 1TV는 방송인 김제동을 영입해 '오늘밤 김제동'을 선보였는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뉴스라인'을 폐지하면서까지 이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오늘밤 김제동'은 방송 후에도 진행자 출연료 논란,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 씨 관련 보도 후폭풍 등으로 연일 이슈몰이를 했다.
최근에는 신년부터 간판 뉴스인 '뉴스9'를 심층 뉴스로 전환하고 주말 블록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후 7시 뉴스인 '뉴스 7'을 종합뉴스로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며 보도 부문 강화를 예고했다.
이밖에 심야토론이나 저널리즘 비판 프로그램도 선보였는데, 화제성과 시청률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MBC 역시 전통 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 화력을 다시 살려 조계종과 한판 대결을 벌이고,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국면에서도 이슈를 선도하는 등 녹슬지 않은 취재력을 보여줬다. 아울러 '나는 꼼수다' 멤버 중 한 명인 진보 성향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내세운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도 시청자 눈을 끌었다.
SBS는 '나꼼수' 수장인 김어준을 내세운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로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 관련 방송 후 편파성 논란에 시즌 종영으로 퇴장했다.
이밖에도 KBS와 MBC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진보 성향 독립언론인 뉴스타파 기자들을 연달아 영입하는 등 일제히 걸음을 왼쪽으로 한발씩 옮겼다.
◇ 안방극장 울린 '미스터 션샤인', 그리고 OCN 약진
올해 드라마는 tvN이 그야말로 '독식'했다. 스튜디오드래곤 등 유수 제작사들과 손잡은 CJ ENM은 tvN을 통해 다양한 장르 드라마를 선보이며 수많은 인기작을 낳았다.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역시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 신작인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일제강점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 등 연기력을 자랑하는 톱배우들을 내세워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으며 시청자층 확대에 제약이 따르는 시대극임에도 시청률이 20%에 근접했다.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두고 지상파 비지상파 구분 없이 시대극이 대거 포진 중인 가운데 성공적으로 포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tvN은 이밖에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백일의 낭군님', '나의 아저씨', '라이브', '아는 와이프'부터 연말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여러 인기작을 배출했다.
또 다른 CJ ENM 채널인 OCN 약진도 눈에 띄었다.
'마니아들의 채널' 이미지가 강한 OCN은 올해 '라이프 온 마스'와 '보이스2'처럼 보편성을 강화한 내용의 드라마와 엑소시즘극을 표방한 '손 더 게스트'처럼 독특한 장르를 내놓으면서 대중성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30대 여성 시청자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 OCN 설명이다.
40대 여배우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CJ ENM을 위협한 JTBC는 올해 젊은 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청춘 드라마로 몸집 부풀리기를 시도했다. 성과는 반반이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차은우를 내세워 화제성을 견인했지만 '제3의 매력'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에 JTBC는 올 초 김남주를 내세운 '미스티'에 이어 연말 염정아, 이태란, 윤세아, 김서형, 오나라 등 40대 여배우를 대거 기용한 'SKY 캐슬'로 다시 기선 제압에 나섰다.
◇ '하트시그널'과 '맛 시리즈', 종편에 인공호흡
예능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SBS TV '미운 우리 새끼'와 '정글의 법칙', MBC TV '나 혼자 산다' 등 장수 인기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인기를 얻은 가운데 종편 강세가 눈에 띄었다.
특히 '하트시그널2'와 '도시어부'를 내놓은 채널A와 '아내의 맛'에 이어 '연애의 맛'까지 '맛 시리즈'가 히트한 TV조선이 약진했다. 특히 '하트시그널2'의 경우 20~30대 시청자 사이에서는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보였다.
시사, 보도 부문에 치중하며 다소 '올드'한 채널 이미지를 지닌 종편들은 지상파 PD 영입과 기존 지상파에서 찾아볼 수 없던 기획을 내세워 젊은 시청자 유입을 노렸다.
종편들은 이에 더해 초반 흥행에 부진한 드라마 사업에도 다시 뛰어들었다. 결국 광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잘 만든 드라마 하나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TV조선은 윤시윤과 진세연을 내세운 '대군-사랑을 그리다'로 시청률 5%를 돌파했고 채널A와 MBN도 드라마 블록을 확장했다.
지상파는 시사 보도를 강화하고, 비지상파는 드라마와 예능에 주력하는 현상은 내년에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16일 "내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올해는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뤘다면 내년에는 조금씩 걸러질 것이다. 지상파는 교양으로 차별화하고, 케이블은 드라마 예능에 주력하면서 시청자 타깃도 더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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