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식장 앞 인권단체 각자 목소리 '시끌'
장애인권단체 "장애등급제 폐지가 곧 인권"…경찰과 수차례 충돌
보수인권단체 "다수 국민 역차별하는 거짓 인권정책 규탄"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10일 오전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 기념식장 인근에서는 장애인권단체와 보수 인권단체들이 각기 제 목소리를 외쳤다.
특히 장애인권단체들은 집회 중 경찰과 수차례 마찰을 빚으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 등 장애인권단체들은 이날 오전 9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계인권선언은 제1조에서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장애인에게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자유와 존엄성은 철저하게 제한, 배제, 분리, 거부의 차별 앞에서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988년 시작된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삶을 수술용 칼처럼 잘라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달 8일 통과된 2019년 예산안에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곧 인권"이라며 "예산 반영 없는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주장을 이어가는 동안 경찰과 수차례 마찰이 빚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이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경찰 기동대가 행사장 인근을 둘러싸는 등 주변 경비가 삼엄하게 펼쳐졌다.
장애인권단체들은 서울시의회와 기념식장인 서울대성당 사잇길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경찰은 이들이 신고된 집회 장소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몇 차례 해산 명령을 내리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사다리 사이사이로 고개를 집어넣어 버티면서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발언을 이어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문 대통령 참석 소식을 듣고 우리를 좀 봐달라는 뜻에서 찾아온 건데 경찰이 막아섰다"고 규탄했다.
장애인권단체의 기자회견 바로 옆에서는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의 국가인권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은 "세계인권이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원점에서 되짚어봐야 한다"며 "언제부터인가 인권이라는 용어는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들은 '다수 국민 역차별, 거짓 인권정책 규탄한다', '북한 주민 인권 외면하는 국가인권위 규탄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세웠다.
이들은 "유엔과 인권위는 특정 소수자만을 보호하고 특혜를 주려는 '다수 역차별 사이비 인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인권위는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인권을 유린당하는 수십만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고 6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즉각 송환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외쳤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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