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대방산업체 작년 무기판매 23%↓…최대폭 감소
100대 세계 방산기업 전체 4천억 달러 육박…2.5%↑
러시아, 영국 제치고 세계 2위 무기 판매국 부상
100대 기업에 미국 42개 포함…전체 매출 57% 차지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해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무기류 판매액(군사 용역 포함)이 4천억 달러에 육박하며 3년째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 100대 기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 등 4곳이 포함된 한국은 지난해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무기류 판매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시장의 60%가량을 장악한 채 독보적인 무기류 공급국의 지위를 지켰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0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업체의 작년도 국내외 무기류 판매액은 총 3천982억 달러어치(약 448조원)로 전년 대비 2.5% 늘어나면서 3년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세계 100대 방산업체의 지난해 무기류 판매액은 이 연구소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로는 44% 증가한 것이다.
나라별로 보면 100대 기업에 42개나 포함된 미국 방산업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 늘어난 2천266억 달러어치의 무기류를 국내외 시장에서 팔았다.
전 세계 무기 판매국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미국의 42개 상위 업체가 판 무기류는 100대 업체가 올린 매출 기준으로 57%를 차지했다.
오드 플뢰랑 SIPRI 무기·군비지출 프로그램 담당 국장은 "미국 회사들은 미 국방부의 지속적인 무기 수요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100대 무기 생산 및 군사 용역 업체 명단에는 러시아 업체가 10곳이나 포함됐다.
이들 업체가 국내외에서 판매한 무기류는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전체 판매액(3천982억 달러)의 9.5% 수준인 총 377억 달러어치에 달한다. 이로써 러시아는 2002년 이래 영국이 차지했던 무기 판매국 2위 자리를 꿰차게 됐다.
러시아 10대 방산업체들의 작년도 매출은 전년 대비 8.5% 늘었다.
SIPRI는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2011년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군 현대화를 위해 무기류 획득에 지출을 늘리는 것과 맥이 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서유럽 최대의 무기 생산국인 영국 업체들은 35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러시아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100대 기업에 포함된 한화테크윈(49위), LIG넥스원(60위), 대우조선해양(85위), KAI(98위) 등 4곳의 작년도 매출이 전체의 1.4% 수준인 55억 달러에 그쳐 전체적으로 1년 새 23% 줄었다.
특히 KAI는 일부 대형 납품 프로젝트들이 종료 단계로 접어들고 신형 헬기 인도 지연 등으로 매출이 53% 급락해 한국 방산업계의 매출 감소를 이끌었다.
이 영향으로 KAI는 작년도 세계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서 98위를 차지해 1년 만에 48계단이나 떨어졌다. 한화테크윈, LIG넥스원,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9계단, 4계단, 13계단 밀려났다.
SIPRI는 한국 방산업체의 작년도 매출 감소폭은 세계 100대 기업을 거느린 국가 기준으로는 가장 큰 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은 작년 한 해 동안 449억 달러어치를 팔아 세계 최대 무기 제조업체 지위를 수성했다.
록히드마틴은 F-35 전투기, 미사일 방어 시스템, 이지스 구축함 등의 인도 작업으로 매출이 8.3% 늘면서 세계 2위 방산기업으로 매출이 11% 감소한 보잉과의 격차를 2016년 110억 달러에서 지난해 180억 달러로 벌려 놓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톱 10' 명단에 오른 러시아 방산업체 알마즈-안테이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86억 달러의 매출을 국내외에서 올렸다.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스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무기판매에서 눈에 띄게 약진한 곳은 터키 업체들로, 전체적으로 매출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피에테르 베세만 SIPRI 선임 연구원은 터키 정부가 자체 수요에 부응하면서 수입 무기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SIPRI 측은 통계를 신뢰하기 어려운 중국의 방산업체들은 이 보고서에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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