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막장 '황후의 품격', '남자친구'도 누르고 10.5%
'남자친구', 1차원적 전개와 대사로 9%대 답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막장'이라는 이름 아래 나란히 폭주하는 필력과 연출이 흡사 '영혼의 짝'이라도 만난 모양새다.
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방송한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 시청률은 7.9%-10.5%를 기록하며 10% 벽을 깼다. 이보다 30분 일찍 시작하며 경쟁 중인 tvN '남자친구'는 전날 9.3%로 집계돼 '황후의 품격'에 수목극 1위 자리를 내줬다.
전날 '황후의 품격'에서는 황후 오써니(장나라 분)가 황제 이혁(신성록)과 민유라(이엘리야)의 관계를 알아차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내의 유혹'부터 '언니는 살아있다'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화끈함과 속 터짐의 경계를 오가며 시청자를 빨아들인 김순옥 작가는 '황후의 품격'에서는 평일 미니시리즈 특성에 맞게 아예 화끈함으로 승부를 보려는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가 돼 황제에게 시집온 명랑한 뮤지컬 배우가 궁의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은 동화를 연상케 하지만 실상은 '19금'이다.
일단 주요 인물 중 정상적인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여러 방면으로 망나니인 황제 이혁과 폐쇄회로(CC)TV까지 동원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집착하는 태후 강씨(신은경) 모자를 보고 있자면 조선 왕실 후손들이 항의하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혁과 민유라를 각각 연기 중인 신성록과 이엘리야는 이 드라마의 자극적인 면을 십분 담당한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부터 악역으로서의 탤런트를 보여준 신성록은 '리턴'을 거쳐 '황후의 품격'에서 최고치를 자랑한다. 이엘리야 역시 야심에 눈이 멀어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악녀를 맞춤옷을 입은 듯이 연기한다. 두 사람이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진한 스킨십을 보여줄 때면 화면 위에 '19' 표시가 뜨지 않는 게 불안할 정도다.
게다가 한 회에도 치정뿐만 아니라 도청과 폭력, 방화, 살인, 시신 유기 등 온갖 중범죄가 줄줄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목소리와 표정이 과장돼 있으니 눈이 머무를 수밖에 없다.
'리턴'에서도 자극적인 연출을 보여준 주동민 PD는 이번에는 '막장 대모' 김순옥 작가와 만난 게 필연이라고 믿는 듯 더욱더 기가 막힌 연출을 자랑한다. 특히 나왕식(최진혁)과 이혁의 검술 결투에서 등장한 만화 컷은 압권이었다.
'황후의 품격'은 총 48부작 중 12부를 방송해 약 4분의 1 지점에 왔다. 초반 자극적인 전개와 걷잡을 수 없는 연출로 10% 벽을 깨는 데 성공했지만, 자극성만으로 후반까지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행히 오써니와 나왕식이 '각성'하면서, 장나라와 최진혁의 호흡이 새로운 국면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있다.
한편, '남자친구'는 2회에서 시청률이 이미 10%를 넘었지만 이번 주에는 9%대에서 답보 중이다.
송혜교와 박보검, 두 배우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베스트'이지만 라이트 노벨을 보는 듯 클리셰투성이 대사와 평면적인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정통 멜로를 지향한다면 인물들이 대사하는 부분 외에 시청자가 극의 '여백'에서 인물 간 감정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남자친구'는 그러한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있다.
기존 남녀주인공 구도를 전복한 점 등은 나름 신선해 보이지만 감정과 서사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치고 나가는 진혁(박보검) 등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과연 이 작품이 '송혜교와 박보검'이 아니었어도 이 정도 시청률이 나왔을까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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