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통제 시험대 오른 석유왕국…사우디, 감산 설득 분주
미·러 반대 속 OPEC+ 회의서 감산 합의 도출 여부 관심
이란 "산유량 늘려 이득 본 쪽이 감산해야" 압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국제 원유 시장을 좌우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우디의 입지는 6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비회원 산유국의 장관급 회의(OPEC+)에서 산유량을 감산해야 한다는 뜻을 관철할 수 있을 지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카타르가 내년 1월 1일부로 OPEC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열리는 터라 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우디의 노력에도 합의가 불발된다면 사우디는 물론 유가를 쥐락펴락했던 OPEC의 위상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회의장인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에 도착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5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감산하자고 설득했다.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사우디의 '나 홀로 감산'은 유가 인상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러시아에 하루 25만∼30만 배럴을 줄여달라고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이 감축량의 절반 정도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에너지부는 '비상 상황이 아니면 감산하려는 산유국이 없을 테고 공급 과잉의 책임은 러시아와 OPEC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사우디가 요구하는 감산에 부정적인 기류라는 것이다.
사우디가 목표하는 감산량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로 전 세계 산유량의 1.3% 정도다.
감산에 대해 뚜렷하게 입장을 내놓지 않는 러시아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도 OPEC에 증산을 요구하는 터라 사우디의 입지는 넓지 않다.
다만, 사우디의 우방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사우디의 감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OPEC 3위 산유국인 이란 역시 감산에 부정적이다.
카젬푸르 아르데빌리 OPEC 주재 이란 대표는 4일 사우디를 겨냥해 "일부 산유국이 산유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다른 산유국에 해를 끼쳤다"며 "그렇게 산유량을 올려 이득을 챙긴 쪽이 먼저 감산해야 하는 데 그럴 것 같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산유국(사우디, 러시아)이 OPEC+가 연장해 온 감산 합의를 최근 몇 달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또 연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식적으로 OPEC+는 2017년 1월부터 실행된 감산 합의를 유지하지만, 사우디는 지난달 하루 평균 1천11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5일 "미국의 제재를 받는 한 OPEC 합의로 이란에 할당된 산유량은 논의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주장대로 OPEC+가 추가 감산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란의 산유량에는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타르가 OPEC을 탈퇴한 이유를 조사해야 한다. 카타르가 아닌 일부 산유국(사우디) 탓에 OPEC에 큰 문제가 생겼다"라면서 OPEC '지도국'으로서 사우디의 위치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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