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급증하는데…국가검진은 10명 중 4명만"
경희대병원, 1천500만명 추적결과…"50세 이상 대변검사 꼭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과 사망률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는 질환이다. 이에 정부는 대장암 조기 진단을 위해 만 50세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를 받도록 하는 국가 암 검진 사업을 시행 중이다. 만약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일 경우에는 추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대장암 국가검진은 그동안 분변잠혈검사에 5천원, 추가 대장내시경 검사에 10만원 등 총비용에서 일부(10%)를 개인이 부담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모두 무료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국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장암 국가검진을 받은 사람은 대상자 10명 중 4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희대학교암병원(후마니타스 암병원) 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팀은 2005∼2010년 사이 국가 암 검진 대상자 1천570만4천684명을 대상으로 대장암 검진 실태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조사 기간에 국가 대장암 검진을 받은 사람은 전체 대상자의 40.4%(633만7천86명)였다. 특히 대변에 혈액이 묻어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53만4천661명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경우는 28.8%(15만3천678명)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결과적으로 볼 때 분변잠혈검사를 받은 10명 중 7명은 대장내시경으로 이어지지 않아 대장암 관리에 소홀한 셈"이라며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면 보다 정확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병변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대변을 직접 채취해 가져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분변잠혈검사 검진율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은 사람 중에서도 2천명당 1명꼴로 '중간 대장암'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간 대장암은 정상적인 대장내시경검사 기간(6개월∼5년)에 발생하는 암을 일컫는다.
이런 중간 대장암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1.8배 높았다. 또 65세 미만보다 66∼74세 1.8배, 75세 이상 3.1배 등으로 고령일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중간 대장암은 국가 암 검진 중 발견된 대장암과 비교했을 때, 오른쪽 대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병기도 낮아 사망률이 떨어지는 특징을 나타냈다.
중간 대장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내시경검사 시 병변을 못 보고 놓친 경우, 용종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불완전 절제된 경우, 맹장까지의 내시경 진입 실패 또는 장 정결 불량에 따른 검사 오류가 발생한 경우, 암이 새로 생겨 빨리 자란 경우 등이 꼽혔다.
이창균 교수는 "양질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려면 검사 전 식사를 조절하고, 대장정결제를 잘 복용해 깨끗한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철저한 대장내시경 질 관리가 이뤄져야 중간 대장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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