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국제복싱협회 직접 조사…도쿄올림픽서 복싱 개최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제복싱협회(AIBA)를 향해 마침내 벼르던 칼을 뽑았다.
IOC는 20일 일본 도쿄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AIBA를 직접 조사하기로 결의했다.
재정난, 심판 비리, 마약 범죄자 출신의 새 회장 추대 등 여러 난맥으로 비판을 자초한 AIBA가 자구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자 IOC는 직접 AIBA의 문제를 파헤치기로 했다.
IOC는 당장 AIBA 주관으로 이뤄지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예선전 진행을 중단토록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AIBA는 IOC로부터 지위 인정을 받지 못해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이라는 타이틀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IOC는 경고했다.
킷 매코널 IOC 스포츠국장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열리는 33개 정식 종목 중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예선전을 승인받지 못한 종목은 복싱이 유일하다"며 "IOC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떠한 예선전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IOC는 선수를 보호하고 도쿄올림픽에서도 유서 깊은 복싱 종목이 열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최초로 AIBA가 아닌 IOC 주관으로 올림픽 복싱 경기를 치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AIBA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심판 편파 판정 논란을 불러 스스로 불구덩이에 빠졌다. IOC는 당시 승부 조작에 연루된 복싱 관계자와 심판 36명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대만 출신 전임 우칭궈 회장 시절 불거진 AIBA의 재정난은 공금 실종마저 겹쳐 더욱 악화했다.
IOC는 재정·관리·도핑·심판 판정과 관련한 자구 노력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AIBA를 몇 차례 압박했지만, AIBA의 보고서는 IOC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AIBA가 지난달 임시회장을 맡아온 우즈베키스탄 출신 가푸르 라히모프를 새 회장으로 선출한 건 IOC를 더욱 화나게 했다.
라히모프는 미국 재무부의 마약 범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임시회장을 맡을 때부터 마약 밀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IOC는 네나드 랄로비치(세르비아), 리처드 카리온(푸에르토리코), 엠마 테르호(핀란드) 등 세 명의 IOC 위원으로 특별위원회를 꾸려 AIBA의 재정·윤리·반도핑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또 AIBA에 주던 '올림픽 솔리더러티' 지원 자금도 IOC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한다. AIBA는 그동안 올림픽 오륜기와 도쿄올림픽 관련 로고 등도 사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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