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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돈 투자했다 30억 손실…서울YMCA 전 회장 20억 물어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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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돈 투자했다 30억 손실…서울YMCA 전 회장 20억 물어낼 판
법원 "관리자 의무 위반…손배 책임 인정"…YMCA "재정운영 투명성 계기 돼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 YMCA(기독교청년회) 전직 회장들이 재단 자금 수십억원을 고위험 금융상품에 임의로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전직 회장들이 관리자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서울 YMCA에 20억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2일 서울 YMCA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김지철 부장판사)는 서울기독교청년회 유지재단이 서울YMCA 전 회장 강모(74)·안모(62) 씨를 상대로 3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안씨는 20억2천여만원을 재단에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강씨에 대해서는 안씨와 함께 배상액 가운데 약 5억6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2008년 7월 당시 회장이었던 강씨와 기획행정국장이었던 안씨가 서울YMCA의 자산을 매각한 대금으로 고위험 EL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상품에 약 30억원을 투자하면서 비롯됐다.
투자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주가는 급락했고, 서울 YMCA는 원금 가운데 11억2천여만원을 잃게 됐다.
안씨 등은 이듬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박 모 씨와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나머지 자산매각 대금을 맡겼으나 또 20억8천여만원의 투자금을 날리고 말았다.
이에 2015년 10월 서울 YMCA의 심모 감사는 투자를 주도한 안씨와 강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손실을 봤고 개인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서울YMCA에서는 고발장을 낸 감사가 제명됐다. 또 강씨 이후 회장을 맡은 안씨의 퇴진을 촉구한 간부 상당수가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하지만 재단이 안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안씨와 강씨에게 배임이 인정된다며 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투자 결정 과정과 관련해 "피고들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투자를 하거나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했다"며 "피고인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한 배임 행위에 해당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도 피고의 업무처리에 대해 감독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는 점, 예측하지 못한 금융위기가 발생한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의 책임을 ELS 투자로 인한 부분은 50%, 투자일임 계약 체결로 인한 부분은 70%로 각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YMCA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의사결정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방만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대부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번 판결이 운영의 투명성과 재정 건전성을 갖추는 반면교사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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