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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통령·사우디 왕세자, G20 '외나무 다리' 앞 선택은
별도 회동 성사되면 '카슈끄지 사건 타협' 신호
'간단한 조우' 연출할 수도…대면 회피 가능성도 배제못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3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관전 요소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윗선'으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동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 지도자들이 그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카슈끄지 사태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사건이 벌어진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왕세자의 별도 회동이 성사될지도 관심을 끈다.
터키는 사우디 당국이 의혹을 부정할 때마다 내·외신을 통해 증거를 터뜨리며 사우디를 압박해 결국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이 살인과 시신 훼손을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하게 만들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카슈끄지 살해 명령이 사우디 '최상층부'에서 왔다고 말해,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를 겨냥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며 면죄부를 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에 힘입어 무함마드 왕세자는 궁지에서 벗어나는 형국이다.
더욱이 G20 개막 직전 사우디는 록히드마틴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150억 달러(16조8천여억원)에 도입하기로 하며 미국에 보답했다.



이번 G20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별도로 회담하고,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인다면 양자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경우 카슈끄지 사건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긴 채 종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중동 정세 분석가 지구르트 노이바우어는 "에르도안이 G20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따로 만난다면 두 지도자가 중동의 화해나 예멘 사태 해소 같은 타협을 이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AFP에 전망했다.
'중동 화해'란 사우디가 카타르에 대한 단교·봉쇄를 푸는 것을 뜻한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최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자이퉁과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G20 기간 중 양자 회동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검토해 봅시다"라고 답했다고 전하면서, "두 지도자가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계속 압박하려고 한다면 별도 회담 대신 회담이나 이동 중 조우하는 형식으로, 간단히 인사와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만 연출할 수도 있다.
G20 개막까지 양측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다른 양자 일정 등을 이유로 서로 대면을 회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세자가 최악의 시기를 넘겼기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도 압박 수위를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프로그램 책임자 존 알터만은 28일(현지시간) dpa통신에 "왕세자가 G20에 참석한 것은 다시 전권을 행사하고 있고, 최악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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