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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여자란 이유로'…외모 시비, 승진차별, 퇴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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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여자란 이유로'…외모 시비, 승진차별, 퇴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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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여자란 이유로'…외모 시비, 승진차별, 퇴사 압박
'노동시장 성평등' 토크콘서트서 쏟아진 절절한 사연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1.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쓴 대학생 조 모 씨는 최근 아르바이트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면접관으로부터 "여자분은 안경 쓰면 안 되는데"라는 말을 들었다. 조 씨는 "평소 같으면 '왜 안 되죠?'라고 했겠지만, 일자리 앞인지라 바로 안경을 벗으면서 '잘 보입니다!'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2. 공공기관 재직 15년 차 방 모 씨는 자신이 속한 사업부에서 여성 신입사원을 안 받으려는 것을 보고 '유리 천장은 없어도, 유리 벽은 있다'고 절실히 느꼈다. 방 씨는 "저보다 먼저 승진한 남자 후배들이 많다. 여자가 못 할 일은 없지만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승진을 못 하는 것이라는 남성 기득권들의 선입견이 '벽'으로 작용한다"고 털어놨다.
#3. 프리랜서 여 모 씨는 회사에 다니던 시절 "여 팀장은 여자인데 다른 (남자) 팀장들과 왜 급여를 똑같이 받아?", "꼭 일해야 해? 형편이 그렇게 어려워?"라는 말을 들었다. 여 씨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절대 어떤 정책을 내놔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4. 결혼 8년 차 김 모 씨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아이를 생각하면 육아휴직을 하고 싶지만, 이미 5년 전 한 차례 육아휴직을 했다. 최근 남편에게 3개월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이직하면서 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남편은 회사에서 육아휴직)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5. 주부 박 모 씨는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떨기 시작하더니 눈물을 흘렸다. 이 얘기를 했다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대학 생활을 했고 인턴도 오래 해 원하던 회사에 취업했는데 임신 이후 퇴사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끝이 없었다. 일자리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8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성 평등 확보 방안 토크콘서트'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절절한 좌절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패널로 참석한 여성 30여 명이 내놓는 얘기들은 모두 다르면서도 비슷한 듯했다. 각자 다른 주제를 꺼냈지만, 참가자들은 상대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격려의 박수를 쳤다.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강민정 여성노동연구센터장, 육아정책연구소 유해미 여성노동연구센터장, 여성가족부 이건정 여성정책국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장윤숙 사무처장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수학을 가르치다가 남매를 돌보는 전업주부가 된 임 모 씨는 "많은 엄마가 아이를 봐줄 곳이 없고 유연한 근무가 보장되는 곳이 없어서 취업을 자포자기한다"며 "여기 나오신 정부에 계신 높은 분들이 그런 것을 고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장윤숙 사무처장은 "저는 결혼 후 30년이 넘도록 악착같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매우 답답하다"며 "제 딸은 조금 다른 세상을 살겠거니 하면서 견뎌왔는데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아쉬워했다.
강민정 센터장은 "살아오면서 겪은 성차별 하나 이상씩 다 가지고 계실 것"이라며 "노력은 하지만 현장의 변화가 쉽지 않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기반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목희 부위원장은 "성차별 사안이 발생하면 고위공직자, 장관이라도 예외 없다. 공개적으로 언론에 대고 비판하겠다"며 "이런 말을 강하게 드리는 것은, 이런 사례가 있을 때 강력하게 모범적으로 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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