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국 어디로…이번엔 집권당이 '의회 보이콧'
대통령 임명 새총리 지지파 등원 거부…'두 총리' 대립에 정국 마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두 명의 총리'가 대립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이번엔 일부 의원들의 의회 일정 보이콧으로 정국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전격 임명한 마힌다 라자팍사 새 총리 지지파 의원들이 전날 등원을 거부했다.
이들은 최근 라자팍사에 대한 의회의 두 차례 불신임 결의 과정에 불만을 품고 의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세나 대통령 측 연정에 소속된 니말 데 실바 의원은 "카루 자야수리야 의회 의장이 '전통과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의회를 이끌 때까지 등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라자팍사 총리 불신임 결의가 호명이 아닌 구두표결로 이뤄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자야수리야 의장은 지난 16일 등 불신임 표결 때 라자팍사 지지자들이 고춧가루를 탄 물을 뿌리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자 결국 호명투표 대신 구두표결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시리세나 대통령도 "호명을 통한 투표나 전자 투표 형태로 불신임 표결이 이뤄지기를 원한다"며 라자팍사 지지자들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헌법상 총리라며 반발하고 있는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 측은 "이미 두 차례나 표결을 통해 의회 다수의 뜻임을 보여줬다"며 라자팍사 측이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 측 에란 위크라마라트네 의원은 "대개 야당이 의회 일정을 보이콧하곤 하는데 스리랑카에서는 집권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등원을 거부하는 독특한 상황이 펼쳐졌다"고 라자팍사 측을 꼬집었다.
이처럼 두 총리 지지세력 간에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의회 기능은 한 달가량 마비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예산안 심의 같은 주요 의사 일정이 진행되지 못해 정국 혼란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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