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어려운 처지"…EU에 금융거래 수단 촉구
이란과 교역 결제 담당 SPV 지연에 항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탈퇴 이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면서 이를 살리기 위한 유럽연합(EU)의 행동을 촉구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부통령 겸 원자력청장은 26일 브뤼셀에서 미구엘 아리아스 카네트 EU 에너지·기후 담당 집행위원과 한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다 가기 전에 핵합의가 계속 유효하도록 실재하는 뭔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EU는 이란과 계속 교역할 수 있는 별도의 금융 수단을 가동해야 한다"며 "핵합의를 유지하려는 EU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이란과 금융거래를 담당할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는 데 여러 난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SPV는 미국 달러화를 우회하는 독립된 금융 결제 방식으로 EU가 이란에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애초 미국이 2단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이달 5일 이전 가동하려 했으나 EU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이 SPV 본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지연되고 있다.
후보지로 거론된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는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EU와 이란은 이날 브뤼셀에서 3차 국제 핵문제 협력을 위한 고위급 세미나를 열어 SPV 설립을 중점으로 논의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란은 핵합의에 따른 이득이 없다면 이를 지키기 어렵다"며 "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이란의 이익이 '0'으로 낮아져 핵합의가 어려운 상황에 이미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EU는 유럽의 기업이 이란과 계속 교역할 수 있도록 스스로 약속한 금융 결제 수단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PV 설립과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핵합의 서명국이자 EU를 주도하는 프랑스와 독일 중 한 곳이 SPV의 본부를 유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프랑스에 SPV가 설치되면 독일이 이 법인의 대표를 맡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며 "미국 정부가 SPV를 유치하지 말라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압박해 결국 프랑스와 독일이 발을 들였다"고 전했다.
또 "이 SPV는 미국이 직접 제재를 가하지 못하도록 참여하는 유럽 국가의 정부가 직접 소유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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