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찰, 보복 위해 광주 집결한 수도권 조폭 12명 검거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비상, 전 형사과 직원들은 경찰서로 집결!'
24일 낮 12시 40분께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단체 카톡 대화방에 긴급 메시지가 떴다.
동시에 팀별로 비상 연락망이 가동돼 각 형사의 휴대전화에서 일제히 전화벨이 울려 퍼졌다.
비번 날 이제 갓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를 닦던 경찰, 오랜만의 휴일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서려 했던 형사, 전날 철야 당직 근무를 서고 집에서 꿀잠을 자던 직원 등 모든 형사과 직원들이 휴대전화를 울린 메시지를 본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찰서로 뛰쳐나갔다.
약 20여분 만에 경찰서로 집결한 형사 60여명은 조폭 단속한다는 간단한 내용만 전달받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방검복에 방검 장갑까지 착용하고 팀장급은 권총을, 형사 일반 직원들은 테이저건·가스총·삼단봉 등 가용 장비를 모두 챙겼다.
차량 수십 대에 나눠탄 형사들은 일제히 광주 북구 각화동 옛 교도소부지 옆 모텔로 일제히 향했다.
같은 시간 모텔 옆에서는 먼저 도착한 강력팀 형사들이 모텔 주변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모텔 주변에는 인천, 서울, 경기 등지에서 몰려온 조폭 수십 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조폭들은 전날 인천 조폭이 광주 조폭의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찾아와 술을 마시다가 광주 조폭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보복하기 위해 연락을 받고 새벽부터 달려온 이들이었다.
수도권 조폭들은 광주 조폭 1명을 붙잡아 폭행, 협박하며 광주 조폭과 한바탕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조폭들이 집결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경찰은 수도권 지역 조폭들이 광주 북구의 한 모텔에 집결해 광주 조폭들에게 보복전을 벌이려고 한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 검거에 나섰다.
아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방치했다간 도심에서 조폭들이 속칭 '연장'까지 동원해 난투극을 벌이기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경찰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이들을 모두 검거하기로 결정하고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 60명을 모두 투입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특공대원 40여명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변에 도착 뒤를 받치고 있었다.
모텔 주변의 한 주차장에 차량을 세운 형사들은 사전에 검거반, 도주로 차단반 등 역할을 나눠 100여m를 전력 질주해 달렸다.
때마침 모텔 입구 나와 서성거리던 조폭들은 갑자기 달려든 형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부 조폭들은 반항하기도 했지만, 자기들 숫자보다 배는 많은 형사를 보고 '후들후들' 다리를 떨며 순순히 수갑을 찼다.
통째로 빌린 모텔 방안에 있던 조폭들도 검거반에 의해 하나씩 붙잡혀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야구방망이 삼단봉 등 둔기도 일부 발견됐다.
현장에는 최대 40여명의 조폭이 집결해 있던 것으로 추정됐지만, 검거된 조폭은 12명이었고 나머지는 경찰의 검거 작전에 도주했다.
붙잡힌 12명의 조폭은 각각 서울, 인천, 경기 등 각자 다른 조직에서 활동하지만 '서울·경기·인천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행동하기도 하는 이들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 측은 "방치했다간 조폭 간 보복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해 조폭들의 동향을 파악해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해 검거했다"며 "광주지방경찰청과 함께 전담팀을 꾸려 달아난 조폭들을 추적하고, 붙잡은 조폭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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