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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넬, 20주년 앞두고도 청춘 감성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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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넬, 20주년 앞두고도 청춘 감성인 까닭은
"시간 흘러도 세련된 음악으로 기억되길"
2년 2개월 만에 신보 '행복했으면 좋겠어' 발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퀸(Queen)의 결성과 명곡 탄생 뒷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뮤지션들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밴드가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모던 록밴드 넬(Nell, 김종완·이재경·이정훈·정재원)이 1999년 밴드를 결성한 지 어느새 19년이 됐다. 1980년생 동갑내기 풋풋하던 청년들은 어느새 한국 음악계 대체 불가능한 성취가 됐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해체를 언급하거나 활동을 멈추지도, 멤버를 교체하지도 않았다. 장수 아이돌의 대표가 신화라면, 밴드계에는 넬이 있지 않을까.
이달 발표한 새 앨범 '행복했으면 좋겠어'에는 그렇게 20년 겹겹이 쌓인 밴드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기억을 걷는 시간'(2008년), '홀딩 온투 그래버티'(Holding onto Gravity·2014년), 희망고문(2016년)까지 과거 발표곡들을 어쿠스틱하게 리메이크한 곡들과 신곡 '헤어지기로 해' 등까지 9곡이 풍성하게 실렸다. 섬세하면서도 감정을 툭툭 건드리는 서정성이 역시 넬답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넬은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다. 그게 우리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20주년을 앞두고도 예민한 감성이 꺾이지 않는 비결은 뭘까.



김종완은 "아직도 멤버들과 작업할 때 늘 새롭다. 함께 정말 많은 곡을 작업했는데도 그렇다"며 "사실 매사에 그런 편인데, 매일 먹는 음식도 연애할 때도 늘 대상을 새롭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경은 "종완이가 그런 쪽 감성은 타고난 것 같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으니까, 나이가 들어도 큰 상관이 없을 듯하다"면서 "이번 앨범에 대한 팬들의 리뷰를 읽어봤는데 '이게 10년 전 노래라고?'라고 놀라워하더라. 세월이 지나 들어도 좋은 음악으로 기억돼 기쁘다"고 말했다.
넬은 출발이 인디였다. 서태지가 세운 록 레이블 '괴수인디진'에 영입되며 이름을 알렸다. 2004년 2집까지 낸 후 서태지와 헤어져 2006년 3집부터 울림엔터테인먼트로 옮겨 대중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2016년에는 울림을 떠나 독립 레이블 '스페이스 보헤미안'을 설립했다.
우정으로 뭉쳤지만 슬럼프가 오는 순간, 비즈니스 영역에서 갈등한 순간이 없었을 리 없다. 지난해 자우림의 리더 구태훈이 팀을 떠났고 올해 장기하와얼굴들이 발전적 해체를 선언했으며, 장미여관은 관계 악화로 팀이 깨졌다.
"오래 유지하려면 일단 좋든 싫든 서로에게 엮여있어야 해요. 난 너보다 잘하겠다는 경쟁심이든, 이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재미없다는 심정이든. 그런 거 없이 단지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밴드를 한다? 그럼 결국 내가 못 하는 걸 네가 해달라는 것밖에 안 돼요. 그런 밴드는 오래 못 가죠. 노래 잘하는 사람, 연주 잘하는 사람은 밖에 많거든요. 그 이상의 무엇인가 있어야 해요. 서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도 그래서 털어놔야 하는 거고요."(김종완)
후배 밴드들을 향한 애정이 어린 이야기도 조심스레 꺼냈다. 가장 주목받는 장르는 아니지만, 여전히 무엇보다 뜨거운 장르인 '록 음악', '밴드 음악'에 20∼30대를 오롯이 바쳤다는 자부심이 읽혔다.
"밴드 음악하는 친구들이 '내가 하는 건 비주류야, 시장이 없어'라는 식으로 생각지 말았으면 해요. 불평할 시간에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공간을 찾아가는 게 더 생산적이죠. 트랜드는 매년 바뀌고 공감해줄 사람은 분명 있거든요. 처음 넬을 결성할 때 우리 음악은 굉장히 비주류였어요. 펑크록, 하드코어가 요즘 말로 '인싸'였죠.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면 될 일도 안 돼요.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이라면 우리 음악이 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문제가 있지 않았는지 고민해야죠. 결국 누군가에게 들려주려고 음악을 발표하는 거니까요."(김종완)



넬은 새 앨범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새 앨범 구상에 들어간다고 한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정규 8집 작업에 착수했다. 오는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의 크리스마스 공연도 앞뒀다. 비현실적이면서 강렬한 느낌의 공연이 될 거라는 게 멤버들의 전언이다.
넬은 20년 가까이 밴드를 아껴준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저희보다 저희를 더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앨범이 넬을 원래 알던 분들에겐 고향 같은 느낌이길, 새로 듣는 분들에겐 온전히 마음대로 해석할 음악이길 바라요. 아, 20주년에 뭔가 특별히 할 거라고 기대하진 말아 주세요. 새 앨범이 제일 중요하니까, 거기에 모든 걸 걸고 있어요!"(이재경)
"어떤 분이 함께 나이 먹어줘서 고맙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오래 함께 공연하고 공감하면 좋겠어요. 추워지는데 이번 앨범으로 따뜻한 감정을 느끼시길 바라요."(정재원)
"꼭 넬 음악이 아니어도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면서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신보 타이틀 '행복했으면 좋겠어'처럼요. 우리, 20주년 함께 잘 지내봐요."(이정훈)
"이번 앨범은 넬이 여태껏 낸 것 중 유일하게 새로운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한 게 아니라 온전히 우리를 아껴준 팬들에게 주려고 만든 거예요. 성격상 그동안 고맙다는 표현 못한 게 미안해서요. 그리고 무엇인가 온전히 좋아하는 걸 갖기 힘든 세상인데, 그게 음악이든 사람이든 뭐든 편안하게 좋아하면서 살길 바라요. 행복해요 우리."(김종완)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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