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기 의혹 마이크로닷 놓고 누리꾼들 '연좌제' 공방
"가혹한 마녀사냥 지나쳐" vs "금전적 혜택 누려 책임"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부모가 거액을 빌려 잠적했다는 의혹을 받는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의 처지를 놓고 인터넷 공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릴 적 부모 일로 마이크로닷을 욕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로 지나친 마녀사냥이라는 의견과 그가 범죄를 저지른 부모로부터 금전적 혜택을 받고 자란 만큼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3일 '마이크로닷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글에서 '마이크로닷이 갓난아기일 때의 사건을 모두 뒤집어씌워 욕을 하는 것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며 "지나치게 가혹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현대판 '연좌제'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 누리꾼들도 있다.
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다.
6·25전쟁 당시 인민군에 부역했거나 납북됐던 인사들의 가족·친지 등이 이 제도로 크나큰 고통을 받은 바 있다.
연좌제 탓에 많은 사람이 고위공무원으로 임용되지 못하거나 해외여행을 제한받는 등 각종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이 제도는 전후 줄곧 이어지다가 1980년 10월 개정된 제5공화국 헌법에 금지규정이 신설되면서 사라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른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이 연좌제와는 애초부터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로닷이 사기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범죄를 저지른 부모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아 자랐기 때문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그가 과거 방송에 나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듯한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게다가 논란이 불거진 초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마이크로닷은 지난 21일 입장문 내 "저희 부모님과 관련된 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며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로닷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인물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충북 제천경찰서는 마이크로닷 부모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 요청하기로 했다.
이들은 1998년 뉴질랜드로 출국한 이후 기소중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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