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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중단 1년] 김정은의 결단, 그가 처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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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중단 1년] 김정은의 결단, 그가 처한 딜레마
안팎의 도전에 외로운 '경제부흥의 길'…내부 설득 명분 절실
美 '상응조치' 없는 현실…김정은의 협상 주도력 줄어들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은 진정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작년 11월 29일 기술적으로 미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핵 무력 완성'을 서둘러 선언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굉음이 멈추고 남북·북미 대화가 그 자리를 메웠지만, 비핵화 여정은 안팎의 거센 도전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핵 완성 선언 이후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풀면서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6월에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고위급회담 등 북미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대외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집권 초기 내세웠던 '핵·경제 병진노선'을 과감히 접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대내에 밝혔다. 북한 주민을 향해 '행복한 웃음소리 넘치는 삶'도 약속했다.
국방 대신 경제를 앞세운 건 김일성·김정일 선대 지도자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다. 선대가 물려준 '가난에 찌든'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체제 수호의 보검으로 여겼던 핵을 포기하는 일생일대의 대모험에 나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젊지만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경제발전을 위해 핵을 포기하겠다고 했고, 제재라는 어려움을 겪어가며 핵을 갖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처참한 지경으로 만든 부친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부친의 와병과 사망으로 급작스레 권좌에 오른 김 위원장이 권력 장악 과정에서부터 붕괴하다시피 한 경제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좌절과 실망감이 컸고 그만큼 경제부흥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수차례 회동에서도 경제성장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과거 김정일 정권과 비핵화 협상에서 교훈을 얻은 미국은 '선(先)비핵화', '선(先)검증-후(後)경제적 발전 지원' 원칙을 고수하며 제재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북미가 70년간 대립해온 만큼 '단계적·동시행동원칙'으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도 '꼼수'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양보 없는 제재와 압박은 핵 대신 경제재건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제시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고위층과 주민들은 김 위원장이 핵을 경제발전과 맞바꾼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제재가 안 풀리고 주민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도자의 선택에 의문부호를 달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엔 가뭄과 폭염, 폭우와 태풍까지 겹치면서 곡물 생산이 급감해 주민 생활은 더 궁핍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9월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재지정하면서 주민의 굶주림 해소를 위해 작년보다 부족분 13만t이 더 늘어난 64만1천t의 곡물을 수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과정에서 결단을 이어가려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보수적인 협상 실무진을 설득할 명분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2018 한반도 국제포럼'에서 "북한이 1인 지배체제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김 위원장과 그 밑의 고위층, 지도층과도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주민의 경제와 삶을 희생하면서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하려면 김 위원장 입장에선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부상 등 핵심 실무그룹은 김정일 시대의 핵 보유 정책·전략에 길들여있다. 이들의 사고방식과 보신주의로 미뤄 최고지도자에 선 비핵화 등 전향적인 제언을 하기 어렵다.
'판문점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한 문장을 넣은 데도,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핵시설 폐기·검증 관련 내용 역시 김 위원장의 '나 홀로 결단'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문 대통령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현장에 전문가·기자단을 초청키로 약속하고도 전문가를 배제한 것도 실무진의 요구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얻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만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한다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김 위원장의 주도력과 결단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과 대립했던 작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과거로의 회귀는 미국의 군사적 행위나 더 혹독한 제재에 직면하면서 김 위원장의 통치 전반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정체국면 때면 경제현장에 나가 간부들을 질책하고 미국의 제재를 비난하는 등 신경질적 반응을 노출하는 데서도 그의 고뇌와 딜레마가 엿보인다.
그가 지난달 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찾아 "적대세력들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말한 데서,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제재의 위력은 여전한 현 국면에 대해 답답해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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