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투자금 부풀려 엔터사 양도' 가수 조PD 1심 집유
징역 2년에 집유 3년…법원 "제대로 고지했으면 계약 체결하지 않았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가수 겸 프로듀서 조PD(본명 조중훈·42)씨가 자신이 키우던 아이돌그룹에 대한 투자금 규모를 부풀린 채 엔터테인먼트사를 양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2015년 7월 자신이 운영하던 스타덤엔터테인먼트(스타덤)의 자산과 소속 연예인 등에 관한 계약을 A사에 양도·승계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키운 아이돌그룹 탑독의 일본 공연대금 2억7천여만원을 받았음에도 이를 숨긴 채 A사로부터 자신이 기존에 투자한 금액 명목으로 1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A사에 "내가 탑독에 관해 투자하고 받지 못한 선급금이 약 12억원이다. 이를 주면 탑독과의 전속 계약상 권리, 의무를 모두 양도하겠다. 탑독의 수입이 발생하면 선급금을 회수하면 된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A사가 인수 과정에서 스타덤 관련 회계자료 등을 모두 확인해 일본 공연대금에 관한 사항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고지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스타덤이 탑독의 일본 공연과 관련해 받은 2억7천여만원은 A사가 지급한 전체 선급금의 약 23%이므로 이를 제대로 고지했다면 A사는 합의서 같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런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사와 형식적으로 작성한 '포괄양수도 계약서'를 이용, 법원에 A사를 상대로 선급금을 받지 못했다며 허위 채권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그는 계약서와 합의서가 실질적으로 같은 문서였음에도 소송을 통해 "포괄적 양수도 계약에 근거한 양수도 대금 13억여원은 받았지만, 합의서에 근거한 12억원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합의서와 별개로 포괄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이란 조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포괄양수도 계약의 경우 당사자 사이 금액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이는 합의서에 따라 A사가 12억원을 지급한 후 그에 관한 세금 납부와 관련해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기 위해 작성한 형식적 문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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