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 월드컵 마라토너'의 새 도전…"2020년 동아시아 일주"
김홍영씨, 2034년 동아시아 월드컵 유치 기원 8천km 대장정 도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고희(古稀)를 앞둔 마라토너의 눈빛은 여전히 반짝였다.
2002 한일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해 3년여간 2만20㎞를 달린 '월드컵 마라토너' 김홍영(68) 씨는 23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저서 '내 인생은 무한도전의 연속' 출판기념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김씨는 2020년 1월1일부터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과 2034년 동아시아 월드컵 유치를 위한 '동아시아·한반도 일주 도보 대장정'에 나선다.
일본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8천여㎞ 구간을 달리는 이번 대장정에는 아내 황인순(62) 씨도 함께한다.
2021년에는 한국을 순례하고, 북한 평양, 백두산까지 달릴 계획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김씨는 "아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할 각오로 이야기를 꺼냈는데 '내가 말린다고 안 할 거냐, 당신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며 "농담으로 같이 가자고 제안했더니 수락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을 기원하며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 3개월간 한국과 일본, 남미, 호주, 유럽 등에서 '20,020㎞'를 일주했다.
"당시 대장정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12번도 더 있었죠. 기회만 있으면 돌아가자는 이야기도 많이 했죠. 돈이 다 떨어져서 알프스산맥에서 라면을 1시간 30분 동안 물에 불려 먹었을 때는 서러워서 눈물을 펑펑 흘렸죠."
좌절감에 휩싸인 김씨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북녘에 있는 동포들, 코소보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난민들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런 분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싶었다"며 "그때 또 다른 대장정을 마음속에 품었고 실천에 옮기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만난 교민들도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교민들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애국심이 더 강하다"며 "그들을 위해서라도 대장정을 기획하게 됐고, 제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꿈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기관지가 건강해졌다는 김 씨는 가난한 나라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손길을 내밀 계획이다. '8천만의 사랑, 1천원의 기적, 세계 결핵 퇴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내년 말부터 세계결핵퇴치 기금을 모으는 데 일조하기로 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