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리무진 외교'…해외순방 때 중국산 전용차 이용
中국영업체 FAW 제작 '훙치' 탑승…"중국산 자동차 브랜드 홍보 의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외국 순방 때 중국산 전용차를 타면서 '리무진 외교'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파푸아뉴기니, 브루나이, 필리핀 등 3개국을 순방하면서 전용차량으로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이 제작한 '훙치(紅旗)' 리무진을 이용했다.
훙치는 1958년 처음 출시된 중국의 국산 브랜드 자동차로,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기를 뜻한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훙치를 이용했으며, 1970년대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게도 훙치 차량이 제공됐다.
하지만 연료 소비량이 많고 차체가 커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중국 지도부는 외국에서 수입한 고급 차를 전용차량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지금껏 시 주석도 외국을 방문할 때는 그 나라가 생산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이용했다.
2012년과 2013년, 2015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을 이용했다. 2014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는 프랑스 자동차기업 푸조·시트로앵(PSA)이 제작한 차량을 이용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외국 방문 때마다 미국산 전용차를 이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이라도 한 듯, 시 주석이 외국 방문 때 중국산 훙치를 이용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미국 대통령은 외국 방문 때마다 '야수(Beast)'라는 별명이 붙은 전용차량을 이용한다.
캐딜락을 개조한 이 전용차량은 차체와 유리를 방탄 처리했으며, 펑크가 나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타이어를 장착하고 화학 공격에 대비해 내부 틈새도 완전히 막았다.
중국외교학원의 쑤하오 교수는 "미국 대통령은 안전을 위해 미국산 전용차량을 이용하지만, 시 주석이 해외 순방 때 훙치를 이용한 것은 중국산 자동차를 국제무대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벌이며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시 주석이 굳이 중국산 전용차를 이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2012년 당 간부들의 외제 차 이용을 비판하고 중국산 차량을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중국 지도부는 물론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에게도 훙치 차량이 제공되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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